- '한공주' '곡성' 등 센 캐릭터 맡아
- "새로운 연기하고 싶어 수락"
- 죽어서 세상 보는 시각장애인 역
- 애드리브 담아 쾌활하게 연기
- "연기 잘한다는 칭찬도 좋지만
- 출연작 흥행도 중요한 목표"

최근 충무로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가 천우희다. '한공주'로 일약 충무로의 샛별로 떠오른 그녀는 '해어화' '곡성' 등에서 독특한 캐릭터를 맡아 폭넓은 연기의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윤기 감독의 판타지 감성 드라마 '어느날'(5일 개봉)에서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후 영혼이 되어 새로운 세상을 보기 시작하는 시각장애인 미소 역을 맡아 발랄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미소는 아내가 죽은 후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강수(김남길)에게만 보이는 영혼으로, 천우희는 병원에 누워 있는 미소와 영혼이 된 미소를 연기했다. '어느날'에서 밝은 기운으로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는 천우희와 인터뷰를 했다.

	영화 '어느날'에서 천우희는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후 영혼이 되어 새로운 세상을 보기 시작한 시각장애인 여자 미소 역을 맡았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처음에는 '어느날'의 출연을 고사했다고 들었다.

▶시나리오를 읽고 미소 캐릭터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한정적이라고 생각해서 주저했다. 하지만 이윤기 감독님과 김남길 씨를 만난 후 제 생각과 다른 시너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 '한공주'나 '곡성'에서 센 캐릭터를 연기했기 때문에 미소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그간 독특하거나 센 캐릭터를 연기해 왔다. 또 비슷한 역할이 한 번도 없었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소한 연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런 시나리오가 저에게 잘 오지 않았다. 워낙 강한 연기를 해서 그런지 저에게 오는 시나리오에는 흥미로운 캐릭터가 많다. 또 신기하게도 다 다른 캐릭터다. 배우로서 흡족하다.

-미소는 시각장애인이지만 영혼으로 나타난 미소는 세상을 본다. 강수와 함께 차를 타고 병원 바깥으로 나갔을 때 처음 세상을 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원래도 예쁘고 하늘거리고 여성스러운 캐릭터였지만 차 안의 장면은 애드리브로 더 쾌활하게 연기했다. 미소가 처음 본 세상이라 더 밝고 표현력이 커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감독님께서 너무 밝은 연기를 보고 처음엔 당황하셨는데, 나중에는 엄지손가락을 올려 주셨다.

	'어느날'은 아내가 죽은 후 실의의 나날을 보내던 강수(김남길)와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후 영혼이 된 미소(천우희)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오퍼스픽쳐스 제공

-미소는 어릴 때 자신을 버린 엄마를 찾아갔다 교통사고를 당한다. 엄마를 만나러 갔을 때 시각장애인 연기가 무척 가슴 아팠다.

▶한 장면이지만 "흉내 냈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많이 준비했다. 이 감독님께서 촬영지를 먼저 보겠느냐고 하셨는데, 극 중 미소처럼 생소한 느낌을 가지기 위해 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촬영날 더욱 몰입할 수 있었고 "인생 연기"라고 농담도 했다. 그만큼 연기 후에도 여운이 남았다.

-김남길 씨와의 호흡도 좋았다. 김남길 씨는 강수라는 역할과 정반대로 아주 재미있는 배우로 알고 있다.

▶촬영현장에서 장난을 많이 쳐서 웃느라 정신없었다. 촬영했던 시기가 '곡성'이 개봉했을 땐데, 김남길 씨가 '곡성'을 보고 와서는 "어 귀신이다. 돌 던져봐"라고 해서 저도 돌을 던지며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한공주'로 신인상을 휩쓸었고, '곡성'으로 흥행의 맛도 봤다. 상과 흥행, 어느 것이 더 좋은가?

▶가장 좋은 것은 연기 잘한다는 칭찬이지만 제가 출연한 영화를 많은 분이 봐주시고 돈이 아깝지 않다고 말씀하시는 것도 중요하다. 하루하루 삶을 잘 채워나가서 좋은 배우로 살아가는 것이 목표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