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족한 인력·제작환경서

- 1년 넘게 준비한 제작팀

- 상생이란 단순 줄거리에 

- 고난도 마샬아츠 접목

- 대사 없어도 들썩들썩

- 노래까지 영어자막 준비

- 오는 8월 영국 에든버러행

- 토종 뮤지컬 선전 기대돼

"타잔이 10원짜리 팬티를 입고 20원짜리 칼을 차고 노래를 한다, 아아아~"

뮤지컬 '몽키댄스' 주제가 격인 이 노래는 70분 공연 내내 변주되며 원숭이들의 흥을 돋운다. 공연이 끝나도 이 노랫말만큼은 관객에게 선명히 남았을 게 분명하다. 몽키댄스 팀은 이 '구전 동요'를 부산 너머 해외 관객에 각인시키는 데도 성공할까?

뮤지컬컴퍼니 '끼리프로젝트'의 화제작 '몽키댄스' 공연이 9일 막을 내렸다. 지난해 3월 초연 이후 부산국제연극제 고월드 부문 대상,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무대예술상,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 부산 공연 선정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냈던 '몽키댄스'는 지난달 31일부터 9일까지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부산 해운대구 우동)에서 공연했다. 공연팀이 대관료를 치르고 선보인 무대가 아닌, 작품성과 상품성을 두루 따져 영화의전당이 먼저 제안한 기획 공연이었다. 오는 8월에는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참여해 다음 목표인 해외 진출에 시동을 건다.

70분의 공연은 안정적이고 짜임새가 있었다. 원숭이의 심장이 인간의 불치병 치료제로 쓰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밝혀지고, 이를 연구하러 숲으로 들어간 안영태 박사가 원숭이들과 친구로 어울리게 되는 모습을 담았다. 안 박사와 원숭이들이 마음을 터놓는 도중 원숭이를 포획하기 위해 갑작스레 인간들이 숲을 습격하며 원숭이 사회에 닥친 비극이 갈등을 만든다. 간단한 줄거리지만 곳곳에 인간과 자연의 조화에 대한 고민을 심어놓았다.

무엇보다 극의 강점은 '원숭이 옷'을 입은 배우들의 몸짓이다. 고난도의 화려한 '마샬아츠'를 접목했는데, 원숭이의 유연한 움직임을 완벽하게 구현한다. 1년 넘게 원숭이를 연기한 배우들은 지난해 공연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자연스러운 몸짓을 선보였다. 여유가 생긴 만큼 능청과 흥도 늘어 관객과의 호흡도 좋다. 원숭이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70분이 아깝지 않다.

'넌버벌 아카펠라 뮤지컬'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내용 전달은 스크린으로 대신한다. 대사는 최소한으로 등장하며, 원숭이들의 언어로 나오는 음악도 영어 자막과 함께 메시지를 전달한다. 유일한 한국어 노랫말 '타잔의 10원짜리 팬티'가 귀에 꽂힌다. 영국에서는 이 노랫말을 영어로 번역해 선보인다. 기획 단계부터 해외 진출을 고려해 나온 결과물이다. 끼리프로젝트 변진호 대표는 "처음부터 해외에서 통하는 작품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대사를 최소화하고, 화려한 몸짓을 넣은 것도 그 때문이다"며 "부산발 뮤지컬이 해외 무대를 누비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변 대표의 설명처럼, 몽키댄스는 '메이드 인 부산' 공연이다. '지역 제작'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싶지 않아도 그 한계와 제약은 엄연하다. 부족한 인력과 열악한 제작 환경에서도 '몽키댄스'는 최선을 뽑아냈다. 그 원동력은 고민을 거듭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변 대표는 "부산은 뮤지컬 제작 인력도 부족하고 관람 문화도 정착되지 않아 작업이 쉽지 않다. 열악한 현실에서 젊은 배우들이 주인 의식을 가지고 1년 넘게 칼을 갈았기에 좋은 기운이 넘치고, 그 기운이 해외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이제 '몽키댄스'는 부산을 넘어 전국, 세계서 통할 한 차원의 도약이 새로운 과제가 되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