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들 일할 때 놀기만 하는 프레드릭
- 춥고 배고프고 심심하기만한 겨울
- 쟁여두었던 마음의 양식 풀어내
- 동료들에게 즐거운 시간과 온기 선사

헛간과 곳간 가까운 돌담에 수다쟁이 들쥐들의 보금자리가 있었습니다. 들쥐들은 추운 겨울을 위해 열심히 옥수수와 밀, 짚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단 한 마리, 프레드릭만 빼고요. 들쥐들은 프레드릭에게 왜 일을 하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그러나 프레드릭은 "나도 일하고 있어"라고 말합니다. 프레드릭은 눈을 감은 채 동그마니 앉아 있기만 합니다. 그러면서 춥고 어두운 겨울날을 위해 햇살을 모으고, 잿빛인 겨울에 필요한 색깔을 모으고, 이야깃거리가 동이 나는 겨울을 위해 이야기를 모은다고 합니다. 들쥐들은 프레드릭이 그러거나 말거나 비아냥거리지도 않고, 자기처럼 일하라고 강요도 하지 않습니다. 열심히 자기 일에 몰두합니다.

시공주니어 제공

프레드릭의 다른 점을 이해하고 기다려 주는 들쥐들이 대견하게 보입니다.

첫눈이 내리자 들쥐들은 모두 돌담 틈새로 난 구멍으로 들어갔습니다. 얼마 동안은 먹을 것도 풍족했고 이야깃거리도 많았습니다. 겨울이 점점 깊어지자 양식이 떨어지고 서로 말도 잊은 채 지냈습니다. 서로의 것을 빼앗아 먹으려고 싸우지도 않습니다. 돌담 사이로 추운 바람이 들어오고 온통 잿빛인 세상입니다. 이제 풍부했던 음식과 따뜻하고 아름다웠던 기억이 아스라한 추억이 되어 버렸습니다.

들쥐들은 전에 프레드릭이 한 말을 떠올립니다. 프레드릭에게 그동안 모아 두었던 것은 어디 있느냐고 합니다. 프레드릭은 힘들어하는 들쥐들에게 겨울이 오기 전 쟁여두었던 양식을 풀기 시작합니다.

"눈을 감아 봐. 내가 너희들에게 햇살을 보내줄게. 찬란한 금빛 햇살이 느껴지지 않니?" 들쥐들은 몸이 점점 따뜻해진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파란 덩굴 꽃과 노란 밀짚 속 붉은 양귀비꽃, 또 초록빛 딸기 덤불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들쥐들은 마음속에 그려진 색깔들을 또렷이 볼 수 있었습니다. "눈송이는 누가 뿌릴까? 얼음은 누가 녹일까? 궂은 날씨는 누가 가져올까? 맑은 날씨는 누가 가져올까? 유월의 네 잎 클로버는 누가 피워낼까? 달빛을 밝히는 건 누구일까?" 프레드릭이 이야기를 마치자 들쥐들은 손뼉 치며 감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프레드릭 너는 시인이야."

우리는 원합니다. 색깔을 모을 줄 알고, 빛을 모을 줄 알고 그리고 이야기를 모을 줄 아는 그런 사람을요. 그래야 온 세상이 다양한 빛깔과 따뜻한 온기로 가득 찰 테니까요. 이런 사람도 원합니다. 뭔가 부족한 우리에게 색깔을 나누어 주는 사람, 빛을 나눌 줄 아는 사람, 이야기를 들려주고 위안을 주는 그런 사람 말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힘들어 헤맸거나 상처받았던 우리 영혼은 서서히 밝아지겠지요.

그런데 정말 우리가 원하는 것이 또 있습니다. 색깔, 빛깔, 이야기를 모으는 사람과 그것을 나누는 사람 모두를 인정하는 사람입니다. 그것이 얼마나 우리 삶에 필요한 것인지 아는 사람을 우리는 진정 원합니다. 다양함을 까만 색깔로 칠해 버리고, 주는 밥만 먹으라는 그런 사람은 싫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프레드릭을 이해하며 기다리는 돌담 밑 들쥐의 수준은 되니까요.

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