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국민지. 창비 제공

"엄마는 밤에 혼자 식탁에 앉아 멍하니 어둠 속을 바라보곤 했는데 그 뒷모습이 너무 외로워 보였다. 그때마다 난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 남겨지지 말아야지 생각하곤 했다. 어쩌면 나도 그 생각 때문에 자꾸 동물을 기르고 싶어 하는지도 몰랐다. 동물을 기르면 친구들의 관심도 받을 수 있고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도 있으니까."(80쪽)

햇빛마을 아파트 동물원은 동물을 미치도록 사랑하는 주인공 장미오가 반려 동물을 키우면서 자라는 성장담이다. 혼자 자주 시간을 보내던 미오는 토끼를 밖에 데리고 나갔다가 친구들에게 큰 관심을 얻게 되면서 다양한 동물을 사랑하게 됐다. 미오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와 갈등도 겪는다. 책은 어린이 눈높이에서 도시에서 사는 인간과 반려동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미오는 거미와 햄스터를 주워 오고, 사촌 동생에게서 고슴도치를 분양받을 정도로 동물을 좋아한다. 그러다 특별하고 희귀한 동물을 모아 아파트 베란다에 작은 동물원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아파트 동물원 만들기' 프로젝트다. 미오는 오래 모은 용돈과 동물 돌보기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합쳐 값비싼 앵무새를 산다. 하지만 동물을 키우는 데 필요한 돈을 버느라 정작 동물을 보살필 시간이 모자라고, 앵무새가 병에 걸려 비싼 치료비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빠진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미오는 동물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또 가족, 친구, 이웃과 관계를 맺는 법도 깨우친다. 점차 아파트 동물원이 아니라 "지구를 풍요로운 동물원으로 만드는" 꿈을 꾸게 된다. 미오와 친구들이 벌이는 토론이 특히 눈길을 끈다. 부모님 허락 없이 번 돈으로 앵무새를 사도 될지, 동물원이 인간과 동물에게 필요한지 등을 자유롭게 토론한다.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