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신문 창간 90주년 기념작
- 대구서 첫 공연 후 전국 투어
- 내일까지 부산 남천동서 공연

- 어부로 살며 예수 뜻 따랐지만
- 연약한 인간으로 갈등한 베드로
- 사랑으로 감싼 예수의 이야기
- 창작곡 11개로 100분간 꾸며
- 16일 남산성당서 문화사목

예수 그리스도의 으뜸 사도로 그리스도 복음을 전한 최초의 증인이자 초대 교황이었던 베드로 성인(聖人)의 삶이 창작 뮤지컬로 되살아난다.

	사도 베드로의 삶을 창작 뮤지컬로 옮긴 '사도 베드로'의 공연 모습. 가톨릭신문사 제공

가톨릭신문은 창간 90주년을 기념해 창작 뮤지컬 '사도 베드로'를 제작했다. 지난달 20일 대구에서 첫 공연을 시작으로 대전, 서울에서 올려진 '베드로'는 14일까지 사흘간 부산 남구 남천동 푸른나무교육관 강당에서 공연한다.

'베드로'는 가톨릭계 성극으로는 드물게 창작 뮤지컬로 제작됐다. 1회성 공연이 아닌 전국을 돌며 올해 말까지 꾸준히 공연을 이어가는 점도 이례적이다.

'베드로'는 공연시간이 100분가량으로, 11곡의 창작 노래가 가미된 세미 뮤지컬이다. 베드로가 갈릴래아 호수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장면부터 뱃사람이었던 베드로가 제자 훈련을 통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깨닫는 과정, 예수님을 세 번 배반하는 시기, 성령을 강림받고 거듭나 양들을 이끄는 목자로 바로 서고 순교하기까지 총 16개 장면으로 구성됐다.

	'사도 베드로' 연출을 맡은 우기홍 연출자. 서순용 선임기자

사도 베드로는 가장 먼저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나섰고 온전한 부르심을 받았지만, 인간적인 갈등으로 고민하고, 두려움 때문에 예수를 배신하는 연약한 모습을 보인 인물이다. 지난 10일 공연 준비를 위해 부산에 내려온 '베드로'의 우기홍(44) 연출자는 "베드로의 인간적인 면을 다루는 데 가장 역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그는 "베드로는 성질 급하고 단순한 뱃사람이었지만 주님은 그를 반석으로 뽑았다. 세 번이나 예수님을 배반한 '인간'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그럼에도 베드로를 쓰신 하느님의 끝없는 사랑을 전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연출가가 뽑은 클라이맥스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실 때 베드로와 유다가 함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다.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위해 예수님을 수단화한 유다와 어려움에도 예수님을 따라가려 발버둥 친 베드로의 모습이 한 무대에 표현됐다.

"주인공은 베드로지만 유다를 극대화시킨 부분이에요. 유다는 단순한 도둑이 아니라 오늘날로 말하면 시민단체에 속해 있는 활동가입니다. 유다는 예수님을 식민지 생활에 억눌린 이스라엘 백성을 구하기 위한 구원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유다는 인간적인 생각으로 예수님을 만났고, 예수님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어요. 베드로는 세 번이나 예수님을 배신했지만, 끝까지 하느님의 뜻을 구했어요. 우리 모두에게는 베드로와 유다의 모습이 공존한다고 생각해요. 관객들이 극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봤으면 합니다."

우 연출가는 "가톨릭 신자뿐만 아니라 비신자도 즐길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성극은 지루하고 재미없고 고리타분할 것 같다는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극입니다. 재미있고, 흐름이 빠르고, 마지막엔 마음을 울립니다. 특히 평생 어부로 산 베드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초반은 굉장히 웃깁니다."

'베드로'는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광주에서 공연한 뒤 전국 본당으로 직접 찾아가 '문화사목'을 펼칠 예정이다. 먼저 오는 16일 오후 8시 부산 금정구 남산성당에서 신자를 대상으로 '베드로'를 공연한다. 관람료 2만 원, 할인대상자 1만5000원. 1588-2155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