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칸 영화제 참석 중
- 숙소서 심장마비로 향년 57세

- 김동호·이용관·전양준 등과
- BIFF 만들고 키워온 영화인
- 아시아 영화 발굴하고 알리는
- 세계적 전문가로 명성 높아

- '다이빙벨' 갈등도 이겨냈지만
- 안타까운 소식에 영화계 비통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BIFF) 부집행위원장 겸 수석 프로그래머가 프랑스 칸에서 18일 오후(현지시각)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향년 57세.

프랑스 칸에서 지난 18일(현지시각) 별세한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BIFF) 부집행위원장.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그는 BIFF가 20회를 맞은 2015년 미국 영화 전문지 '버라이어티'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영화제가 시작하던 해 결혼했고, 내 아들도 BIFF를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 인생은 대만 영화감독 허우샤오시엔의 영화와 꼭 같다. 내 인생을 들여다보시면, BIFF가 겪어온 격변의 세월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20여 년 BIFF를 이끌며 'BIFF 그 자체'라는 별명을 얻은 그를 다시 현장에서 볼 수 없게 됐다는 소식에 국내외 영화계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김 부집행위원장은 지난 16일 칸영화제 참석 차 프랑스를 방문했으며, 몸에 이상을 느껴 진료를 받은 뒤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몇 년 전 심장질환으로 한 차례 쓰러진 바 있다. 2014년 정부가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을 BIFF에서 상영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으면서 불거진 일련의 사태 이후 과로와 심적 부담이 겹치며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칸 현지에 있던 강수연 BIFF 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들은 예정된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수습에 나섰으며, BIFF 측은 유족과 논의한 뒤 장례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고인은 김동호 BIFF 이사장,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전양준 전 부집행위원장, 오석근 박광수 영화감독 등과 함께 1996년 BIFF를 창설하고 성장시킨 주역이다. 지난 20여 년간 영화제를 실질적으로 이끌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다.

특히, 폭넓고 끈끈한 아시아 영화인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BIFF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아시아 영화 발굴을 담당해 세계적인 아시아 영화 전문가로 통했다.

그는 2014년 영화 '다이빙벨' 파동 뒤로 계속된 갈등과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퇴와 검찰 고발 등 BIFF가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을 때도 실질적으로 BIFF를 이끌며 영화제를 지켜왔다.

김 부집행위원장의 빈자리는 클 것으로 보인다. 당장 그가 맡았던 아시아 영화 프로그래밍에 공백이 생긴다. 오랜 기간 두텁게 쌓은 네트워크와 지식이 중요한 영역인 만큼, 그를 대체할 적임자를 시급히 찾기 어렵다. 오는 10월 열릴 제22회 BIFF부터 파장이 예상된다.

박근혜 정부와 오래 갈등하던 BIFF를 제 궤도에 올리는 일에도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 상황에서 김 부집행위원장은 영화제 사태의 모든 과정을 지켜본 핵심 인사여서 역할이 기대됐다.

영화계는 침통한 분위기다. 고인과 막역한 사이인 오석근 감독은 "그는 BIFF를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 키운 주역이다. BIFF가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시점에 그가 타계해 너무나 안타깝다. 슬픔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1960년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부산대와 중앙대(연극영화학과) 대학원을 나왔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