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 문호 니코스 카잔차키스
- 60주기 맞아 '조르바' 새 번역본

동화작가 고 권정생(1937~2007) 선생이 1988년 펴낸 동화집 '바닷가 아이들'에 단편동화 '빼떼기'가 실려 있다. 화가 김환영은 '빼떼기'의 내용에 맞춰 새로 그림을 그려 그림책 '빼떼기'를 최근 냈다. 화가 김환영이 '빼떼기'에 나오는 병아리와 닭과 사람과 시골을 그리기 위해 거친 과정부터 살펴보자.

화가 김환영이 그린 '빼떼기'. 창비 제공

이 책을 낸 창비출판사의 설명에 따르면, 김환영은 2005년 도시를 떠나 시골로 삶터를 옮겼다. 시골에서 손수 병아리를 기르며 닭의 삶을 몸으로 느끼고, 권정생 선생의 글이 자기 몸속으로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2017년 그림을 완성해 이 그림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12년이 걸렸다. 그래서인지 그림책 '빼떼기'의 그림에는 글이나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든 아름다움이 깃들었다.

'빼떼기'에는 마음이 아름답고 감각이 섬세했으며 생명에 대한 감수성이 한없이 예민했던 권정생의 동화 세계가 집약돼 있다. 1948년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검은 병아리 빼떼기는 뜨거운 아궁이에 들어간 바람에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겨우 목숨을 건지지만, 온몸은 장애와 상처 투성이가 된다.

그런 처지에서도 꿋꿋이 살아내던 빼떼기는 1950년 전쟁이 터져 가족이 피란을 떠나야 할 처지가 되자, 슬프고 아름답게 생명을 마감해야 하는 운명을 받아들인다. 이 끝 장면이 감동이 크다. 생명의 가치를 깊이 생각해보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올해는 권정생 선생의 10주기이다. 이에 맞춰 산하출판사는 권정생의 장편동화 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초판 1994년)와 동화집 하느님의 눈물(초판 1991년)을 새롭게 펴냈다. 하느님과 예수님이 세상을 걱정하다 이 땅에 직접 내려와 살면서 겪는 어려움과 보람을 그린 '하느님이 우리 옆집에…'는 요즘 세상에 더 빛난다. 단편동화 17편을 담은 '하느님의 눈물'은 맑고 여리고 때로 슬프지만, 가난하고 깨끗한 삶을 살고 생명과 어린이를 사랑했으며 정직하고 굳건하면서 아름다운 글을 쓴 권정생의 세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선생은 안동 일직교회 종지기로 평생 소박하게 살며 글을 썼고, 돌아가실 때 모든 인세를 어린이를 위해 써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에 곁들여 그리스의 문호 니코스 카잔차키스(1883~1957)의 위대한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이종인 번역본)가 새로 나와 함께 소개한다. 카잔차키스의 서거 60주기를 맞아 새로운 번역본으로 출간됐다. 헌걸찬 기상을 지닌 방랑자 조르바는 인생의 모든 도전에 당당하고 힘차게 응전한다. 문학사에서 가장 멋진 캐릭터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조르바의 자유로운 영혼, 춤, 상상력 그리고 사유는 여전히 독자를 감전시킨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