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진위 현지에 추모공간 마련
- SNS 국내외 영화인 글 올려
- 부산시, 유족과 장례 논의
- BIFF 운영 큰 변화 불가피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BIFF) 부집행위원장 겸 수석 프로그래머의 갑작스러운 죽음(본지 지난 20일 자 2면 보도)으로 지난 주말 국내외 영화계에서는 추모의 물결이 이어졌다. 김 부집행위원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각)제70회 칸국제영화제 현장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영화진흥위원회 측이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현장에 마련한 고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BIFF) 부집행위원장 추모 공간에서 한 영화인이 조문하고 있다. 사진 출처=영진위 관계자 'Hong Chun Woody Kim' 페이스북

칸 국제영화제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세계 영화계가 귀중한 사람을 잃었다"고 애도했다. 칸국제영화제는 성명을 내고 "그는 BIFF의 위대한 창립자 중 한 사람이자 뛰어난 전문가이고 프로그래머였다"고 추모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칸 영화제 현지의 부스에 고인을 기리는 추모공간을 마련했다. 그러자 애도 물결이 이어졌다. 고인의 SNS 계정에도 아시아와 국내의 수많은 영화인이 애도 글과 사진을 올렸다.

부산독립영화협회는 강소원 평론가의 추모사를 통해 "김지석의 비전이 곧 부산국제영화제의 비전이었고, 부산국제영화제 DNA는 온전히 김지석의 것. 그가 남긴 영화적 유산은 거대하고, 그가 남긴 빈자리는 결코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평안한 영면을 바라면서도 지금 당장은 돌아가는 그의 발목을 붙잡고 싶은 심정이다"고 애도했다. 부산시는 서병수 시장 명의의 애도 성명을 내고, 유족과 논의해 장례 절차를 지원하고 있다.

그의 부재는 앞으로 BIFF의 운영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지난해 정부·부산시와 BIFF의 마찰 과정에서 당시 이용관 집행위원장과 전양준 부집행위원장이 BIFF를 타의로 떠나게 됐다. 오석근 박광수 감독도 없다. 김 부집행위원장이 별세하면서, 지난해 혼란기에 급히 돌아온 김동호 BIFF 이사장을 말고는 핵심 '창설 멤버'는 현재로서는 BIFF에 없다.

고인은 1996년 영화제 시작 이후 BIFF 정체성을 상징하는 '아시아 영화' 프로그래머를 맡아 왔다. 두터운 네트워크화를 바탕으로 세계 영화계가 인정하는 아시아 영화 전문가로 자리 잡았고, BIFF를 아시아 영화의 세계 최고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2014년 영입된 김영우 프로그래머가 아시아 영화 쪽을 함께 맡아왔는데, 현재로는 고인의 공백이 매우 커 보인다.

2014년 '다이빙벨' 상영 이후 박근혜 정부와 갈등하던 BIFF의 제자리를 되찾는 과정에서도 일련의 과정을 모두 봤고, 영화계 신망이 두터워 해결의 적임자로 여겨졌던 그의 부재는 영향이 클 것이다. 부산의 한 영화인은 "빈자리가 너무 크다. 당장 올해 BIFF가 차질없이 열릴지 걱정"이라 했다. 현재 강수연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BIFF 주요 관계자는 상당수 칸에 있다. BIFF의 대응에 관심이 모인다.

안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