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랜드' 전략·민관 협업 주효
- 출연료 대신 티켓 수익 배분
- "국내외 뮤지션, 동경하는 공연"
- 26일 해운대문화회관 해운홀

"재즈를 누가 돈 주고 보러 가?…" 성공보다 실패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틈에서 부산 유일의 상설 재즈 콘서트 '재즈, 와인에 빠지다'(이하 '재즈, 와인')는 탄생했다. 첫 공연 유료 관객 3명. 부산의 공연기획사가 비인기 장르 공연을 '매달' 열겠다는 건 무리수로 보였다.

	'재즈, 와인에 빠지다' 기획공연의 초창기부터 출연한 재즈 밴드 남경윤 트리오(왼쪽부터 서미현 남경윤 김인영). 이들은 26일 100회 기념공연 무대에도 선다. 무대공감 제공

2008년부터 '브랜드 공연'이라는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었다. 뮤지션 이름 대신 공연의 브랜드 자체를 관객이 믿고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꾸준함은 신뢰로 이어졌다. 이제 공연마다 평균 관객 400여 명이 '재즈, 와인'에 열광한다. 2013년부터는 해운대문화회관과 공동 주최하기 시작했고, 2014년부터는 '해운대 재즈 페스티벌'을 나흘간 열고 신인 재즈 뮤지션을 발굴한다.

'재즈, 와인'이 100회를 맞이했다. 26일 오후 8시 해운대문화회관 해운홀에서 100회 공연을 앞두고 공연기획사 무대공감의 구현욱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구 감독은 "감개무량하다. '메이드 인 부산' 공연이 이제 세계에서 연락이 오는 공연으로 성장해 뿌듯하다"고 했다. '재즈, 와인'이 성공하기까지 끝없는 연구가 있었다. "어느 요일, 어느 시간대에 하는 것이 좋을지 테스트한 끝에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저녁'을 택했어요. 관객이 로비에 서 계신 것이 안타까워 기다리는 시간에 와인을 즐기도록 했죠. 관객 만족감을 높이도록 노력했어요."

'재즈, 와인'은 공연 40분 전 로비에 스태프 4, 5명이 와인과 다과(사진)를 내놓는다. 생경할수 있는 재즈를 편하게 즐기시라는 배려다. 공연에서는 재즈 보컬리스트 윤정이 매회 '무대지기'를 맡아 곡을 안내하고 뮤지션과 대화한다. 그 덕분인지 관객 연령대는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사실 재즈는 클럽(많은 경우는 지하다)에서 공연돼 '재즈, 와인'처럼 제대로 된 콘서트홀에서 음악 역량을 발휘하는 자리는 흔치 않다. 동시에 출연 뮤지션에게 일정한 출연료 대신 티켓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뮤지션과 함께 만드는 공연'을 지향한 점도 '재즈, 와인'의 성공 요인으로 보인다. 구 감독은 "높은 출연료를 보장할 수 없었다. 대신 티켓 수익을 배분해 뮤지션도 함께 공연을 만든다는 개념을 도입했다. 흔쾌히 임하고 힘껏 홍보해준 뮤지션들에게 정말 고맙고 마음이 짠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재즈, 와인'에는 류복성 재즈 올스타즈, 이정식 콰르텟, BMK, 라이슬라보니따, 선우정아, 김대경 트리오, 위나밴드, 젠틀레인 등 부산은 물론 전국의 재즈 1세대부터 신인이 출연했다. 잉거마리(노르웨이), 프라이드 프라이드(일본), 레미파노시앙트리오(프랑스) 등 해외 뮤지션도 잇따라 출연했다.

'재즈, 와인'은 바람직한 민관 협력의 모델이기도 하다. 구 감독은 "사실 '관'이랑 하면 어려운 점이 많은데, 해운대문화회관과 해운대구청은 기획사와 '윈윈'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줬다. '재즈, 와인'이 주도한 공모전에 해운대구청장상을 신설해 공신력을 높여주고 관객을 위해 배려한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몇 년 전부터 '재즈, 와인'은 부산 외에 서울 대구 광주 등은 물론 일본 도쿄, 후쿠오카 등 해외에서도 열린다. 지역 브랜드 공연의 수출인 셈이다. 구 감독은 "해외에서도 실력파 뮤지션의 출연 문의도 끊이질 않아 1년의 반은 해외 팀으로 사전 섭외가 이뤄질 정도"라고 말했다. 100회 공연에는 '재즈, 와인' 초기부터 함께한 '남경윤 트리오'와 윈터플레이 보컬로 잘 알려진 '혜원'이 출연한다. 2만5000~4만 원. (051) 623-0678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