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휘소 박사는 20세기 입자 물리학의 금자탑을 쌓아 올린 위대한 과학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많은 학자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에 핵심적인 공헌을 해 '노벨상 메이커'라고 불렸고, 한국이 낳은 천재 물리학자를 넘어 20세기 세계 최정상급 물리학자로 꼽힌다. 안타깝게도 이휘소 박사는 1977년 6월 16일 미국에서 교통사고로 타계했다.

이휘소 평전은 그의 유일한 한국인 제자 강주상 전 고려대 교수가 집필했다. 강 교수는 스승이 사후에 한 소설로 인해 '핵무기 개발자'로 오해받고, 온갖 소문과 억측의 주인공이 되자 이를 불식하려는 노력으로 서거 30주기(2007년)에 평전을 출간했다. 이 책이 절판됐다가 최근 내용을 보강해 재출간한 것이다.

책은 6부로 구성됐다. 1~3부는 물리학자로 성장하는 이 박사를 다룬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6·25전쟁 속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이휘소는 물리학을 전공하기 위해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경제·문화적 어려움을 극복하며 꿋꿋이 물리학의 길을 걷던 그가 '상아탑 인간'이 되기까지 시간을 담았다. 4부에서는 '노벨상 메이커'라고 불리게 된 일화를 소개한다. 5부 '페르미 연구소 시절'은 학문적 절정기를 다룬다.

6부 '비운의 급서'에서는 이휘소의 죽음과 함께 그에 대한 소문과 억측을 다룬다. "1970년대 중반 주한미군 철수 정책에 불안을 느낀 박정희 정부가 핵무기 개발을 추진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런데 이 사업에 이휘소가 깊숙이 관여했고 그로 인해 미국 정보기관이 교통사고로 가장해 그를 살해했을지 모른다는 기사가 당시 언론에 보도됐다. 이 소문을 바탕으로 1993년 한 소설이 출간되자 마치 이휘소가 '핵무기 개발자'로 인식됐다.

저자는 이휘소가 핵무기와 거리가 먼 이론 물리학자였으며 오히려 핵 개발을 추진했던 한국 정부에 반대했다고 반박한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