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와이 이민 1세대 비애 담아
- 정체성 못 찾은 재외동포 아이들
- 자신의 뿌리에 자부심 느끼도록
- 한국 바깥의 한국 이야기 풀어내

세계 최고 휴양지로 꼽히는 하와이. 그곳에 우리 조상의 한 서린 역사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하와이 이민 1세대의 이야기를 동화로 쓴 이마리 동화작가. 나무와숲 제공

부산에서 활동하며 '한국 바깥 한국'의 이야기를 캐내는 이마리 동화작가의 세 번째 장편동화 '코나의 여름'(최윤지 그림·나무와숲 펴냄)은 하와이 이민 1세대의 슬픈 역사를 동화에 녹여냈다. 19세기 조선에서 하와이로 건너가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며 그곳에 뿌리를 내린 한국 이민 1세대의 눈물과 한탄, 그리고 꺾을 수 없는 의지가 동화의 소재가 되었다.

'코나의 여름'의 주인공 로건은 하와이에 사는 교포 3세다. 노랑머리로 염색한 로건은 미국 지도에 '동해' 대신 '일본해'가 표기되었다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할머니를 이해할 수 없다. '나는 미국인인데'라고 생각하던 로건은 학교에서 한국을 무시하는 미국 친구들, 그리고 묘하게 어색한 일본 교포 3세 미도리와 갈등을 겪으며 한국 역사와 자신의 뿌리에 눈 뜬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들른 코나 섬에서 하와이를 만든 펠레 여신을 만나고, 여신의 도움으로 19세기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 돌아간다.

그곳에서 로건은 조상이 겪은 차별과 억압에 분노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힘을 모아 독립자금을 마련하는 그들의 의지에 감탄하며 자기 뿌리에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이 동화작가는 동화 주인공으로 재외 동포 아이를 내세운 이유를 "안타까웠기 때문"이라면서 "외국에 사는 한국계 아이들이 정체성을 찾지 못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도 이민자에 대한 시선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이민 세대들이 조상에 자부심을 느끼고, 독자가 이민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지녔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작품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하와이는 미국의 지배를 받았고 결국 미국령에 포함됐다.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았던 우리는 독립을 쟁취해냈다. 하와이와 한국의 닮은 역사를 소개하면서 조상들의 노고와 노력으로 독립을 이뤄낸 우리 역사를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동화작가는 "펠레 여신의 모험을 넣은 건 역사 이야기를 쉽고 자연스럽게 풀어내기 위해서였다"고 덧붙였다.

책 '코나의 여름' 표지.

그는 2013년 '버니입 호주 원정대'로 한우리문학상 대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그는 한국과 호주, 하와이 등에 산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과 해외의 정서가 함께 녹아있는 동화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호주의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진 아이들의 이야기 '버니입 호주 원정대'와 두 번째 장편동화 '구다이 코돌이'로 호주대사관의 눈에 띄어 현지에서 동화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는 하와이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는 "하와이에서 유학 생활을 했고, 호주에는 자녀들이 살고 있어 자주 다닌다. 그래서 그곳이 배경인 동화가 많이 떠오른다"면서 "아이들이 우리 역사를 바로 알고 한민족인 것에 자부심을 가지며, 서로 따뜻하게 바라봐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동화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