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종사 4번 다녀간 뜻깊은 장소
- 교리집·청동종 등 유물 전시
- 옛 하단교당 건물도 함께 보여

"교조이신 소태산 박중빈(1891~1943) 대종사가 직접 쓴 물건이니 원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유물이지요."

원불교 하단성적지에 세워진 부산역사기념관과 하단교당.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부산 사하구 원불교 하단성적지에 '부산역사기념관'이 최근 개관했다. 원불교 발상지인 전남 영광과 원불교 총부가 있는 전북 익산 외의 지역에 원불교의 역사기념관이 건립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원불교 하당교당을 겸하는 역사기념관은 지상 4층 규모로, 1층 역사관 2층 유물관 3층 대각전 4층 유아·청소년실 및 쉼터가 자리하고 있다. 이 건물은 지난해 7월 착공(본지 지난해 8월 13일 자 14면 보도)해 11개월 만에 문을 열었다. 역사관과 유물관의 전시물 구성과 배치 업무를 총괄한 원불교 부산·울산교구 이정식 사무국장(교무)과 역사기념관을 돌아봤다.

영남지역 최초의 원불교 교당인 옛 하단교당 건물.

현대식 건물인 역사기념관에 들어가기 전 앞마당에 있는 단층짜리 옛집이 눈에 띈다. 원불교 영남권 최초 교당인 옛 하단교당 건물('하단원')이다. 낙동강 하류연안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전형적인 갈대지붕의 건축물로, 정면 4칸, 측면 1칸 반 규모(76㎡)의 일자형 목조건물이다. 1931년 이 지역 불법연구회(원불교 초기 교명) 회원 40여 명이 모금해 이 건물을 매입하고 영남권 최초의 원불교 교당인 하단출장소(불법연구회 하단지부)를 시작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 이곳에 4차례 다녀가셨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머무시는 동안 많은 인연을 맺으시고 경륜을 세우셨으며 교도들에게 가르침을 펴셨습니다. 또 이곳은 1935년(원기 20년) 하단교당 첫 교무로 부임한 삼산 김기천 종사가 열정적인 교화를 펼치다 순직한 장소이기도 합니다."

원불교 부산·울산교구 이정식 사무국장이 최근 부산 사하구에 개관한 부산역사기념관에서 유물관 전시물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원불교에서 중요한 장소이기에 옛 하단교당 건물과 터는 '하단성적지'로 불린다. 원불교 교보 11호로 지정돼 있다. 아쉽게도 옛 하당교당은 '복원'된 건물이다. 교당이 협소해 1942년(원기 27년) 당리 지역으로 교당을 이전하면서 옛 하단교당 건물이 사라졌다. 원불교는 2000년 하당교당터(393㎡)를 다시 매입하고, 2011년 옛 하단교당 건물을 원형 그대로 복원한 '하단성적지 1차 복원사업'을 했다. 2015년 원기 100년을 맞아 경산 종법사가 부산을 방문한 일을 계기로 부산역사기념관과 하단교당을 증축하는 '2차 복원사업'이 시작돼 최근 마무리 된 것이다.

본격적으로 역사기념관 건물에 들어섰다. 1층 역사관 입구에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라는 소태산 대종사의 개교 표어가 벽에 새겨져 관람객을 맞는다. 역사관 내부에는 원불교 100년 역사와 소태산 대종사, 부산·하단·초량교단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빼곡히 적혀있다.

2층 유물관에는 소태산 대종사와 삼산 종사의 숨결이 닿은 물품과 소태산 대종사가 살아생전 집필한 각종 경전과 교리서가 있다. 중앙에 있는 청동으로 만든 종이 가장 먼저 시선을 이끈다. "당리교당 문 앞에 실제 걸었던 종입니다. 도둑이 훔치려다 깨져서 이후 사용하지 않고 보존만 하고 있습니다. 사용하지 않았기에 지금까지 남아있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단교당에서 사용했던 검은색 촛대에는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가 서려있다. 원재료는 동이지만 검은색으로 도색해 마치 나무로 만든 것처럼 보인다. "일제강점기 강제 공출을 피하기 위해 삼산 종사가 목제 촛대처럼 보이려고 일부러 도색하셨다고 합니다." 소태산 대종사가 하단교당에 머물렀을 때 사용했던 함지박과 식기도 전시돼 있다. '당시 이성주화가 음식을 장만해 이고 와서 대접하면 대종사는 김기천 종사와 겸상으로 식사를 하셨다'는 설명이 붙어있다.

이외에 당리교당을 방문한 소태산 대종사가 앉았던 의자, 삼산 종사가 사용했던 목탁과 요령, 삼산 종사가 친필로 작성해 교육에 활용했던 철자집, 하단교당에서 사용했던 헌공함 등도 볼 수 있다.

원불교의 특징 중 하나는 "교조가 살아생전 자신의 경륜, 꿈, 교리, 가르침 등을 최대한 문자로 기록해" 전했다는 점이다. 유물관에도 대종사 살아생전 집필한 교서(敎書)를 비롯해 불법연구회 규약, 홍보지인 '회보' 등이 실물로 공개돼 있다.

길지 않은 역사이지만 이토록 양호한 상태로 초기 교서와 각종 문서, 소태산 대종사의 흔적이 남을 수 있었던 배경이 궁금했다. "양성원 하단교당 교무의 증조할아버지인 양원국(1874~1953) 정사 때부터 대대로 물려받아 보관했다고 합니다." 양원국 정사는 장적조(1878~1960) 대봉도와 함께 원불교 초기 영남지역 교화에 크게 공헌한 인물이다.

이 사무국장은 "앞으로 하단성적지 해설사를 양성해 시민을 맞고 역사관과 유물관을 통해 원불교를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