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을숙도문화회관 창작 작품
- 21·22일 세 차례 무대 올려
- 지역 오페라산업 가능성 봤지만
- 기록에 충실하지 못한 건 아쉬워

세상 모든 고민을 내려놓고 자연의 품에 안기어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는 을숙도에서 예술의 중심축인 오페라 축제(지난 7~22일 을숙도문화회관)가 열렸다. 현대인이 자연을 느끼는 곳이라면 그곳은 분명 변방임에 틀림이 없다. 이러한 곳이 오페라의 중심으로 회자되고 있음은 관계자들의 숨은 노력 덕분이다. 종합예술의 현장인 오페라 축제는 중심부에서도 성공시키기 힘든 것이 현실이고 보면, 부산의 변방에서 오페라 축제를 성공시키고자 노력한 관계자들은 뜨거운 여름 날씨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매진하였을 것이다. 그 모습에 다시금 찬사를 보낸다.

특히, 이번 오페라 축제에서는 을숙도문화회관이 ‘다대진 첨절제사 윤흥신’을 주인공으로 발굴하여 ‘창작 오페라 윤흥신’을 제작·발표하는 성과까지 거두었으니, 을숙도는 자연의 품에서 예술의 정곡을 탄생시키는 성과를 이루었다.

오페라는 음악을 비롯하여 극적인 요소와 춤, 무대미술, 음향, 조명 등 예술에서 사용 가능한 모든 요소를 담기에 종합예술이다. 그런데 오페라를 종합예술이라는 예술적 시각에 계속 묶어두는 것이 합당한 일인가? 오페라가 예술이라는 이유로 예술가들의 열정을 자본으로 지속되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인가? 이런 근본적인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채워진다. 개인적 생각이지만 오페라는 ‘산업’이다. 오페라를 산업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전에도 없고 사람들 인식에도 없다. 그렇지만 분명 오페라는 산업이다. ‘산업’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일상적으로 종사하는 생산적 활동’이다. 예술인이 함께 모여 대단위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 오페라이다. 뿐만 아니라 오페라는 예술인의 노동으로 완성되는 작업이지만, 연계되는 산업 또한 다양하다. 현재까지 오페라를 예술의 영역에 묶어두고 예술가들의 열정에만 의존하여 제작하다 보니 오페라는 여전히 예술인, 그들만의 이야기로 남게 되는 것이다.

‘오페라 윤흥신’을 보면서 느낀 것이 오페라의 미래이다. 그러다 보니 더욱 근본을 생각하게 되었다. 힘든 작업을 묵묵히 실천하여 준 많은 관계자가 있기에 잊히고, 묻혔던 역사의 한 장면, 우리 고장 충신을 만날 수 있었다. 대본과 작곡, 지휘까지 오페라의 음악을 도맡아 진행한 최천희 선생은 “악가무를 사용한 총체극”을 만들었다고 하였다. 그의 수고로움이 많은 곳에서 나타났다. 또한 연출가 김성경의 열정을 다시 만날 수 있는 현장이었다. 새로운 작업에 쏟았을 고통에 충분히 공감한다.

그럼에도 철저하지 못한 고증(考證)이 오페라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확인시켜 준 현장이 되었다. 주인공 관점에 열중한 나머지 총각 관노의 형색부터 시작된 의문이 오페라가 끝나는 시점까지 다양한 의문을 남기게 했다. 맥락을 이루는 대본의 얼개가 느슨하니 음악 역시 극을 밀도 있게 끌어가지 못하고, 연출 역시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아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전반적으로 많은 아쉬움이 남는 오페라였다. 기억에서 사라진 것을 복원하는 명확한 방법은 기록에서 찾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섬세하게. 이후 예술가의 상상력이 부여되어야 예술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오페라 윤흥신’을 통해 더 분명해진 것은 실존 인물의 역사극은 더욱 철저하고 분명한 ‘고증’을 통한 후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실존했던 역사에 대한 예의다. 이런 철저함이 작품 완성도를 높여 한 걸음 더 오페라를 산업으로 발전하게 한다. 고증이 부실하면 흥미가 떨어지고, 이는 축제를 의지로만 지속시키기에 더욱 힘들게 만든다.

기획이란 본질을 꿰뚫는 힘이다. 오페라의 본질과 축제의 본질을 직시하면서 현실과 접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다대진 첨절제사 윤흥신’을 알리는 계기로 ‘오페라 윤흥신’이 해낸 역할은 분명히 크다. 예술은 세상의 평범한 것과 잊힌 것을 새롭게 조명할 수 있는 분야이다. 이러하기에 예술가적 상상력의 집합체인 오페라는 산업으로 발전할 개연성이 충분한 장르이기도 하다.

정두환 음악평론가·문화유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