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직한 용접공·점바치 할머니
- 영도의 삶 다큐멘터리로 기록

- 부산 최초 배급조합 ‘씨네소파’
- 척박한 환경서 열정으로 지원
- 24일 영화의전당 등 개봉 확정
- “지역 영화인 함께 한 노력 감동”

“영화 개봉까지 모든 과정이 감동이에요. 맨손으로 뭉쳤지만, 열정만큼은 흘러 넘치는 친구들과 차근차근 개봉을 준비하는 시간이 참 의미 있고 소중해요. 영화 상영을 마치고 나면, 성적이 어떻든 함께한 노력이 가장 큰 감동으로 남을 것 같아요. 아, 물론 흥행도 매우 중요하죠.(웃음) 목표 관객수는 1만 명으로 잡았어요 하하!”

영화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개봉을 앞둔 김영조(사진) 감독의 말에 고마움과 미안함이 서렸다. 김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다음 달 24일 부산 선(先)개봉을 확정했다. 2015년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와이드앵글 경쟁 부문에서 첫선을 보인 지 2년 만이다. 당시 배급지원펀드에도 선정돼 지원금 1000만 원을 받았지만, ‘돈 안 되는’ 독립영화는 극장에 설 기회를 잡지 못했다.

방법을 고민하던 차에 조금씩 길이 열렸다. 재주 많은 20대 청년 넷이 모여 부산 최초의 영화 배급조합 ‘씨네소파 협동조합’을 지난 5월 출범(본지 지난 5월 11일 자 25면 보도)한 것은 의미 있는 계기가 됐다.

씨네소파 협동조합은 김 감독의 뜻을 뒷받침하겠다며 나섰다. 김 감독도 조합원으로 참여했다. 김 감독에게는 고마운 일인 동시에 지역에서 배급을 모색하는 실험이기도 했다. 김 감독은 “하나하나 배워가며 함께 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급을 시작으로 지역 독립영화 개봉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씨네소파 협동조합이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배급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전국 독립영화관을 돌며 관계자들을 만나 네트워크를 넓히고, 낯선 업계용어와 질서를 배워가며 길을 텄다. 협동조합의 자본금 1000만 원은 턱없이 모자라 지난 21일부터 크라우드펀딩도 시작했다. 그 결과 부산에서 영화의전당, 국도예술관, 아트씨어터 C+C, 롯데시네마 아르떼관에서 개봉을 확정했다. 전국 20여 곳 예술영화관에서도 긍정적 검토를 알려왔다.

이번 개봉은 김 감독 개인에게도 기회다. 2007년 ‘가족초상화’를 시작으로 다큐멘터리를 찍어왔지만, 전국 개봉은 처음이다. 그는 “다섯 번째 영화이니 4전 5기”라며 “BIFF에서 개봉지원금으로 받은 돈이 있으니 엄청난 동기부여가 됐다. 물론 심적 부담도 컸지만”이라며 웃었다.

김영조 감독의 다큐멘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나오는 부산 영도의 옛 점집 모습. 씨네소파 제공

“부산에선 배급사가 전무하다. 처음엔 서울의 몇 안 되는 독립영화 배급사 문을 두드렸다가, 문득 생각했다. 독립영화를 찍고 지향하는 만큼 배급 또한 지역에서 뜻 있는 방식으로 하면 어떨까 하고. 최근 몇 년 부산의 독립영화인이 늘었다. 동료들이 즐겁게 다양한 방식으로 개봉을 시도해 보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대해 김 감독은 “영도라는 섬의 매력에 빠져 기록을 시작했다.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곳 같았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떠날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조선소 부도로 실직한 용접공, 개발에 밀려난 점바치 할머니 같은 분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삶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이웃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다. 관객들이 영도의 소소한 일상을 편하게 보며 풋풋한 기억을 갖게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