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안타깝다. 영화 ‘군함도’를 둘러싼 논란을 보고 있는 심정이 그렇다. ‘군함도’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100여 명이 넘는 감독, 배우, 스태프가 흘렸을 땀과 시간이 전혀 예상치 못한 논란과 오해로 폄훼되는 상황이 안타깝고, 류승완 감독의 진정성이 묻히는 것이 안타깝다.

	영화 ‘군함도’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먼저 ‘군함도’를 둘러싼 논란 중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보자. 최근 만난 류 감독은 단호하게 말했다. “‘군함도’를 끝으로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한 편의 영화가 극장을 잠식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18년 전 제작부 막내 시절을 거쳐 감독의 꿈을 안고 단편영화를 연출하고 직접 출연했던 류 감독을 기억한다. 당시 단편영화 ‘현대인’의 촬영현장에서 만난 류 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관객과 어떻게든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꿈 많은 감독이었다.

그 시절의 마음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 류 감독은 누구보다 독립영화에 애정을 품고 있으며, 스크린 독과점을 반대해 왔다. ‘군함도’뿐만 아니라 어떤 한국영화도 감독이 개봉관 수에 관여하지 않는다.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비난의 대상은 영화 상영을 결정하는 극장으로 향해야 한다.

역사 왜곡과 관련해선 영화 시작과 함께 자막으로 알리듯 ‘군함도’는 실제 역사적 사실로부터 영감을 받은 창작물이다. 물론 창작물이라고 해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 될 것이다. 류 감독은 ‘군함도’를 구상하며 군함도 전문가, 역사학자, 군사 전문가의 고증을 거쳤으며, 관련된 수많은 자료를 독파했다. 그러는 가운데 군함도에 있던 조선인들의 아픔을 가슴으로 더욱 느꼈고, 영화에서나마 이들을 집으로 돌아가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 군함도에서 벌어지는 일상생활은 고증을 통한 것이고, 창작된 탈출 장면은 군사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가장 가능성 있는 방법을 고안한 것이다. 마지막에 탈출선의 조선인들이 나가사키 원폭을 보며 “저기도 조선인들이 많은데”라고 하는 대사에 류 감독의 마음이 담겨 있다. 이것이 창작이 아닌 역사 왜곡이라고 할 수 있을까?

또한 일본인이 아닌 친일 부역자가 조선인을 괴롭히는 장면이 부각된다는 점을 들어 친일 영화라고 하는 일부 시각이 있다. 그런데 영화의 전반부 40분은 조선인들이 군함도에서 겪는 아픔이 상세하게 묘사돼 있다. 후반부에도 야마다나 시마자키 다이스케를 통해 일본인들의 만행을 고발한다. 다만 친일파 문제를 다루고자 했던 류 감독의 의도가 담겨 있기는 하다. 류 감독은 “당시 조선인을 짐승처럼 다룬 일본인들이 나쁘다는 것은 다 알고 있다. 그런데 군함도에는 친일 부역자들도 있었다. 그들의 문제를 다루지 않으면 반쪽만 다룬다고 생각했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한 우리 역사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군함도’가 친일 영화라 할 수 있을까?

‘군함도’를 보면 류 감독을 비롯해 배우들과 스태프가 얼마나 힘들게 촬영했을지 짐작된다. 하지만 이들은 “힘들었다”는 말을 꺼내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당시 군함도에서 있었던 분들이 겪었을 아픔을 생각하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군함도’에 담긴 류 감독의 진정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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