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당하게 삭감된 사업 회복
- 청사진 부족 등 새 과제 산적

박근혜 정부에서 대폭 삭감된 부산국제영화제(BIFF) 국비 예산의 원상회복 가능성이 열렸다. 문재인 정부의 문화계 탄압 정상화에 대한 의지로 해석되는 이번 방침은 ‘다이빙벨’ 사태 이후 예산 축소로 어려움을 겪던 BIFF의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전재수(더불어민주당·부산 북강서갑) 의원에 따르면 정부는 BIFF를 포함한 국내의 국제영화제 육성사업을 위해 내년도 예산을 애초 25억 원에서 15억8000만 원 늘어난 40억8000만 원을 편성했다.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블랙리스트와 관련돼 축소된 예산의 회복 방침을 세운 만큼 부산국제영화제 예산의 원상회복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앞서 지난 29일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에서 부당하게 축소·폐지된 사업을 정상 복원·개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BIFF는 세월호 참사의 구조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사태 이전인 2014년까지 약 15억 원 국비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정부 측이 상영하지 말 것을 요구한 ‘다이빙벨’이 상영되자 2015년부터는 국비 지원이 절반가량으로 축소됐다. 당시 ‘10억 원 이상, 7회 이상 지원된 국제행사에 대해서는 10억 원 이상의 국비 예산 지원을 원칙적으로 배제한다’는 정부 예산편성 지침이 BIFF 국비 지원 삭감의 근거가 됐다. 전 의원은 “70년의 역사를 가진 칸 영화제와 베를린 영화제도 중앙정부가 20%와 30%씩 예산지원을 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국가적 자원으로 지속해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상응하는 국고 지원이 필요하다”며 “새 정부가 BIFF 예산 원상 회복 의지를 가진 만큼 협의를 통한 대안 마련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정은 문재인 정부가 지난 정부에서 정치적 시달림을 당한 BIFF의 정상적 개최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에 책정된 예산은 ‘다이빙벨’ 사태 이전에 지원되던 국내의 국제영화제 전반에 관한 육성사업 지원금(2014년, 35억 원)보다 5억8000만 원 많다. BIFF는 ‘다이빙벨’ 상영 이후인 2015년 국비 지원이 기존 14억 6000만 원에서 8억 원으로 대폭 삭감됐고, 당시 다른 국제영화제 지원금 증액과 비교되며 BIFF 탄압 의혹이 크게 불거졌다. 이후 2016년 지원금은 전체 지원금 규모 증가에 따라 9억 5000만 원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올해는 전체 국제영화제 육성지원금 규모가 축소되면서 BIFF 지원금도 7억 6000만 원으로 줄었다. 부산시는 올해 국비 부족분 1억 9000만 원을 추경으로 충당해 지원했다.

국비 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될 길이 열리면서 BIFF가 풀어야 할 과제도 거듭 확인된다. ‘다이빙벨’ 사태를 거치며 BIFF 안팎의 한계와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22년 세월을 거치면서 거둔 성과의 이면에 영화제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 부족과 더욱 효율적이고 투명한 운영을 위한 시스템 정착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올해 영화제를 논의한 지난 30일 BIFF 임시총회에서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의 올해 BIFF 폐막 이후 사퇴를 확인해 체제를 혁신할 과제를 떠안았고,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명예회복과 대법원 상고와 관련한 일도 풀어야 한다. 국비 지원이 회복의 계기와 함께 새 출발의 과제도 BIFF 앞에 놓였다.

박태우 안세희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