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래 정체성 ‘亞 영화’ 충실 목표
- 장편 독립영화 지원펀드 첫 선

- 출품작 중 여성감독 비율 늘고
- 중국 영화·애니메이션 다수 초청
- 일본 최다출품·영미권 다큐 주목

- 사퇴 예고한 김동호·강수연
- “올 영화제 성공 개최에 집중”

제22회 BIFF는 본래 정체성인 ‘아시아 영화’를 더욱 깊고 넓게 아우르겠다는 목표를 확실히 표명했다. 이는 지난 5월 프랑스 칸 영화제 참석 중 별세한 고(故) 김지석 부집행위원장 겸 수석프로그래머의 뜻과도 맞닿는다. 그는 아시아 영화에 대한 애정과 열정으로 작품을 발굴하고 신인감독들을 세계로 내보내며 BIFF를 진정한 ‘아시아 영화의 허브’로 성장시켰고, 아시아 영화인과 끈끈한 네트워크로 영화제 기반을 단단하게 다져왔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올해를 마지막으로 사퇴를 선언한 김동호 BIFF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무엇보다 올해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데 집중하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11일 부산 해운대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제22회 BIFF 개최 기자회견에서 김동호 이사장(오른쪽)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올해 행사 내용과 초청작 등을 발표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 아시아 영화 위한 ‘플랫폼부산’

올해 처음 선보이는 ‘플랫폼부산’은 ‘아시아 독립영화인의 교류와 성장을 위한 플랫폼’이라는 목표가 선명하다. 다음 달 14~18일 열리며 다양한 세미나, 포럼, 워크숍, 소모임에 아시아 독립영화인 150여 명이 참가한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광대한 아시아의 독립영화인을 한 자리에 모아 성장을 지원하고 세계 진출을 돕는 영화제는 BIFF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의 영화감독을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춘 ‘지석상’도 눈길을 끈다. 이 상은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에 초청된 감독 두 명을 선정해 시상한다. 이와 함께 올해 처음 만든 아시아 장편 독립영화 제작지원펀드(2억 원)로 아시아 독립영화인을 응원한다.

■여성 감독 약진

올해 개·폐막작은 BIFF 역사상 처음으로 모두 여성 감독의 영화가 선정됐다. ‘명왕성’‘마돈나’ 등으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 한국의 신수원 감독(개막작 ‘유리정원’)과 대만의 유명 배우이자 감독인 실비아 창(폐막작 ‘상애상친’)이 그 주인공이다. 전체 출품작에서도 여성 감독 비율이 예년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대중적 인기가 높은 부문인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된 ‘나비잠’의 정재은 감독을 비롯해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의 이수연(‘해빙’) 방은진(‘메소드’) 이언희(‘미씽:사라진 여자’) 감독, 비전 부문의 정희재(‘히치하이크’), 정가영(‘밤치기’) 전고운(‘소공녀’) 감독 등 한국 여성 감독의 강세도 두드러졌다.

■중화권 성장, 일본영화 성찬

급속히 성장하는 중화권 영화의 기세가 BIFF 초청작으로 확인된다. 사드 배치에 따른 한한령에도 중국권 작품들이 BIFF 참가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고 대만 작품이 폐막작으로 선정된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대만과 홍콩의 주요 감독이 중국으로 무대를 옮기며 생긴 공백을 신인과 독립영화 감독이 메운 점과 훌쩍 성장한 중국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은 올해 가장 많은 수의 작품이 초청된 나라다. 거장부터 중견, 신인까지 역동적으로 영화 제작 움직임을 보여준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아웃레이지 최종장’, 츠키카와 쇼 감독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와 일본 독립영화의 발견이라 할 수 있는 니노미야 류타로 감독의 ‘그 남자, 류타로’ 등 차림이 풍성하다. 다큐멘터리는 영미권에서 돋보인다. 다큐멘터리 대가 프레드릭 와이즈먼의 ‘뉴욕 라이브러리에서’와 미국 SXSW영화제 대상작 ‘더워크’ 등 수준 높은 작품이 온다.

■김동호·강수연 마지막 체제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8일 올해 영화제를 끝으로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두 사람은 BIFF의 수장으로 마지막으로 참석하는 개최 기자회견이었다. 강 집행위원장은 “2015년 BIFF가 정상개최되지 못할 것이라는 심각한 위기감 속에 위원장을 맡았다. 위기는 이듬해 더 심해졌고, 개최가 불가능한 상황까지 갔지만 김동호 이사장을 모시고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며 “올해도 안팎으로 어려웠고, 일부 단체가 보이콧을 유지하는 등 여러 상황이 완벽히 해결되지 못했지만 집행위원장으로서 제가 모든 책임을 지고 올해 영화제를 최선을 다해 치르고자 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사퇴 이후에 대해 김동호 이사장은 “새로운 수장은 이사회나 총회가 결정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이사회 구성원 모두 BIFF를 잘 아는 분들이라 잘 꾸려가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