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24일 금정구 홍법사서
- 찻잎연주 헌다무 헌다례 공연
- 한국·일본·중국·대만 50개 팀
- 일반인 대상 다채로운 시음행사
- ‘천년 한국 차의 비전’ 세미나도

가을날 야외에서 한국, 일본, 중국, 대만의 선차(禪茶) 문화를 체험하는 행사가 부산에서 열린다.

2015년 5월 중국 안후이성에서열린 제9차 세계 선차아회. 한국국제선차문화연구회 제공

한국국제선차문화연구회와 한맥인터코리아는 오는 23, 24일 조계종 홍법사(부산 금정구 두구동)에서 ‘제13회 세계 선차아회(禪茶雅會)’를 개최한다고 15일 밝혔다.

선차(禪茶)란 불교에서 차를 마시며 수행하는 문화다. 차(茶)는 음료를 뛰어넘어 선(禪) 수행의 한 방법으로 전해 내려왔다. 선차의 역사에서는 신라 왕자였던 무상선사를 빼놓을 수 없다. 당나라로 구법을 떠난 무상선사는 8세기께 불가에서 차를 마시는 다법(茶法)인 ‘선차지법(禪茶之法)’을 창안했다.

세계선차아회는 선차 수련과 ‘힐링’을 목적으로 2013년 11월 전남 순천 조계총림 송광사에서 처음 열렸다. 그 뒤로 경기 양평 용문사·상원사를 거쳐 중국, 일본 등에서 일 년에 수 차례씩 개최되다 부산 홍법사에서 열세 번째 행사가 열리게 됐다. 홍법사 주지 심산 스님이 2007년 대만 불광산사에서 ‘제2차 세계선차대회’에 참석한 일이 인연이 됐다. 세계선차대회와 선차아회 주최 측이 같다. 이번 행사에는 한국, 일본, 중국, 대만의 차 전문가 500여 명이 참가한다.

제13회 세계 선차아회에서는 ‘천년한국차의 비전’이라는 주제로 이틀간 9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23일 낮 12시30분 홍법사 잔디마당에서 개막식이 열린다. 식전 행사로 찻잎 연주와 향도가 펼쳐지고, 이선옥 무용단이 차를 부처님께 올리는 헌다무를 선보인다. 이후 4개국 차인(茶人) 30여 명의 헌다례가 이어진다. 헌다식 뒤 4개국 6개 팀의 ‘선차행다’ 시연이 이어진다. 정다문화원의 태극다법, 숙우회의 현로, 중국 남산류선차다도연구회의 남산류송대점다도, 일본 심차회의 일본전다도 등 국가별, 팀별로 특색 있는 차 문화를 선보인다.

2014년 3월 중국 장시성 난창에서 열린 제3차 세계 선차아회.

대광명전에서는 4개국 차 전문가들이 한국 차의 비전을 제시하는 국제학술세미나를 연다. 전 송광사 주지 현봉 스님이 ‘동아시아 선차문화의 미래’, 중국 저명 차 학자 커우단마수인이 ‘선차정신의 실천’, 일본 차 학자 구라사와 유키히로가 ‘일본 차사를 통해 본 한국 차문화의 만남’을 논한다.

둘째 날에는 4개국 50개 팀이 준비한 차를 시음할 수 있는 ‘50인 찻자리’ 행사가 열린다.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대중적인 프로그램이다. 40개 팀의 찻자리는 별도로 쿠폰을 구매한 사람만 참가할 수 있고, 10개 팀이 준비한 차는 관람객 누구나 무료로 시음할 수 있다. 팀별로 다른 차종, 예법, 다식, 다화, 복식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고 주최 측은 전했다. 찻자리 행사 중에는 ‘차와 선이 만난다’를 주제로 중국의 수정발·칠현금공연, 한국의 낙선무가 무대에 오른다.

이 행사를 계기로 홍법사는 경내에 1000㎡ 규모의 차밭을 조성할 계획이다. 그 시작으로 홍법사는 첫날 오후 3시30분 김해시에서 ‘김해의 자랑’ 장군차 묘목을 기증받는다. 장군차는 허황옥이 가락국으로 시집오면서 가져왔다고 전해진다.

심산 주지 스님은 “‘차 마시는 일과 선은 한맛으로 통한다’는 뜻의 다선일미(茶禪一味)라는 말이 있다. 차는 수행의 훌륭한 도구”라며 “다음 달 중국 쓰촨성에서 열리는 세계선차아회에서 그곳 차 씨를 가져와 홍법사에 심고 무상선사의 선맥을 잇고자 한다”고 말했다. (051)508-3471 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