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함 있어야 아름다움도 성립
- 美의 기준도 시대따라 달라져
- 사회현상 독특한 재해석 눈길

‘추하다’는 표현은 못나고 더럽고 무섭다는 뜻을 나타낸다. 반대말로 ‘아름답다’가 있다. 그래서 미추(美醜)는 ‘아름다움과 추함’을 뜻하는 낱말이 된다. 멀리 갈 것도 없고, 거창하게 말할 것도 없이 아름다움을 알려면 추함을 알아야 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겠다. 추함이 없다면, 아름다움도 성립될 수 없다.

	국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어글리돌(Uglydoll). 저자는 책에서 어글리돌이 이전의 인형들과는 다른, 새로운 의미를 획득했다고 짚었다.

또 한가지 꼭 짚어야 할 사항이 있다. 아름다움과 마찬가지로 추함도, 절대적으로 정해진 관념이 아니고 사회 조건과 역사 흐름에 따라 변한다. 특히 예술에서, 어떤 시대에 추하다고 평가된 것이 시대가 바뀌면 새로움이나 혁신 또는 아름다움을 표상하곤 한다. 그래서 미학에서 ‘추’는 어엿하고도 중요한 하나의 범주가 된다.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그리첸 E. 핸더슨이 쓴 더 어글리-추(醜)의 문화사는 서양의 예술과 종교 영역에서 중요한 사항과 장면을 정밀하게 짚어가면서 써낸 추의 문화사이자 추의 미학을 잘 담아낸 책이다. 책장을 펼치기 전까지는 이론에 치우친 읽기 까다로운 책이 아닐까 싶어 긴장해야 했는데, 막상 책 속으로 들어가니 실제 사례와 구체적인 작품이 꽤 풍부하게 소개돼 독자의 흥미를 자극하는 힘이 강하다.

“이 ‘추한’ 육체는 자신의 모습보다는 그 모습을 추하다고 보았던 각각의 문화들에 대해 더욱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다.…‘추’하다는 낙인은 보통의 육체를 사회적 의미를 가진 특이한 것으로 바꾸어 버린다. 이에 대한 반응은 저주와 존경, 조롱과 상업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어느 하나로 정의하기 힘든 ‘추하다’는 수식어는 관찰되는 것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기보다는 관찰하는 사람의 관점을 반영하는 경향을 보인다.”(40쪽)

위의 서술은 이 책에 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특히 ‘추’라는 범주와 주제를 들여다봄으로써, ‘추의 사회사’와 ‘추의 미학’을 구축할 수 있음을 선명하게 말한다. 이를 바탕으로 예술과 아름다움에 관해 독자가 한걸음 더 깊숙이 들어설 수 있다.

책의 앞쪽에서는 ‘추한 개인들’이라는 대상에 집중한다. 그리스 서사시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외눈의 거인 폴리페모스, 중세의 추한 여성 라그넬 부인, 추한 외모로 유명해지고 호기심의 대상이 됐던 줄리아 파스트라나 등의 잘 몰랐던 사연이 매우 체계 있게 배치됐다.

‘추한 집단들:분류를 거부하다’라는 제목의 제2장으로 넘어가면 책은 한층 더 흥미로워진다. 어떤 과정과 원리로 한 ‘집단’이 ‘추하다’는 낙인을 얻게 되는지 이를 자세히 분석하면서 그렇게 형성된 한 집단에 관한 인식이 각각 식민화, 군사화, 법제화, 상업화라는 길을 걷는 상황을 독특한 시선으로 제시하기 때문이다. 독일 화가 오토 딕스가 행한 일련의 작업을 통해 전쟁의 폭력이 ‘추한 집단’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생각한 대목 등이 흥미로웠다.

저자는 책의 끝에 ‘추한 감각:지각된 경계를 넘어서기’, 에필로그 ‘추한 우리들:문화적 추구의 대상인가’를 놓아 추의 문제를 통찰하고 한층 승화시키는 시도를 한다.

최근 대중문화에서 추한 존재가 자주 나오고 인기를 끄는 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고, 아름다움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사유하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