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의 소중한 가치 인식 계기
- 장인과 만남 예술세계 큰 울림
- 아날로그·디지털 접목 등 영감”
- 내년 3월 릴레이 전시 선뵐 예정

“이제까지 새로운 것만 추구하며 작업했어요. 그러나 장인들의 작업을 접하며 오래된 것과 지키는 것의 소중함을 알게 됐습니다.”(박민경 작가)

부산 동구 초량동 적산가옥 초량1925에서 지난달 30일 ‘비 메이커스’ 좌담회가 열려 송년순 침선장의 조선 왕족 의상을 한 참가자가 입어보고 있다.

“춤 작업을 하며 갈팡질팡하던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장인들의 삶을 통해 소신 있게 사는 용기를 배웠어요.”(이재은 작가)

젊은 작가들은 장인의 삶에서 깊은 감동과 영감을 얻은 듯했다. 그리고 장인의 삶을 모티브로 삼은 예술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은 ‘새로움’을 기약하며 짧지만 강렬한 장면을 남겼다.

문화예술단체 초량1925가 생활 장인과 청년 예술인의 만남을 주선한(본지 지난 7월 6일 자 23면 보도) ‘비 메이커스(B-Makers)’를 마무리하는 좌담회를 지난달 30일 적산가옥 초량1925(동구 초량동)에서 열었다. 좌담회에는 장인 권영관(불화장) 김창명(조선장) 배무삼(지연장) 송년순(침선장), 자문위원 주경업(한국민학회 회장), 청년 작가 강은경(디자인) 김보민(영상) 박민경(미술회화) 이재은(춤) 등이 참석했다.

비 메이커스에 참여한 청년 작가들이 장인의 도움으로 만든 낮잠 베개.

이들은 지난 7~9월 두 달간 14차례에 걸쳐 기술 워크숍과 현장 탐방 등을 했고, 청년 작가들은 장인의 작업 현장을 찾아 작품과 작업 모습을 관찰했다. 권영관 불화장이 직접 재료를 만들어 수십 차례 덧칠하며 탱화를 완성하는 과정을 지켜봤고, 배무삼 지연장에게서 과학과 예술을 접목한 방패연 만드는 법을 배워 직접 연을 만들며 동심으로 돌아갔다. 송년순 침선장이 만든 조선시대 왕족의 옷을 입어보고 낮잠베개도 만들었고, 김창명 조선장의 작업 현장에서 한국 전통 범선 제작 과정을 살펴봤다.

연 전시 모습.

청년 작가들은 장인과 만남이 자신의 예술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입을 모았다. 강은경 작가는 “장인들이 어렵고 힘든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궁금했다. 또 ‘현대사회가 내 작업을 방해하고 있다’는 장인의 말씀처럼, 많은 것이 사라지는 요즘 우리가 지켜야 할 것에 관해 고민하게 됐다. 두 가지 모두 드러낸 식탁을 디자인해서 내놓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김보민 작가는 “장인들의 거친 손과 그들이 오랫동안 이어온 선, 일일이 재료를 구해 만든 색에 감명받았다. 손, 선, 색을 키워드로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접목한 설치 미술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또 박민경 작가는 ‘이어짐’을 드러내는 문양 작품을, 이재은 작가는 장인이 존중받는 것에 관한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그동안 과정을 책자로 기록하고, 내년 3월께 비 메이커스 릴레이 전시를 선보일 계획이다.

초량1925 김혜경 기획팀장은 “청년 작가들이 전통 예술을 접하며 자신의 작업에 방향성을 찾고 장인의 삶에서 예술을 대하는 태도를 배웠으면 했고, 결과적으로 모두 영감을 받은 것 같다. 비 메이커스가 연속 프로젝트가 될 수 있도록 방향을 찾겠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