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시화 시인이 수집·해설 붙인
- 북미 아메리카인디언 명연설
- 백인들에게 “행복한가” 물으며
- 강단있게 훈계하고 때론 포용
- 모든 존재 연결돼 있다는 인식
- 자연과의 공존 방법 가르쳐줘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는 아메리카 인디언에 관한 책이다. 수만 년 전부터 ‘거북이의 섬’으로 불린 북미 대륙에서 살아온 아메리카 인디언이 남긴 명연설 41편과 그에 관한 해설을 실었다. 류시화 시인이 직접 연설을 수집하고 해설을 붙여 1993년 처음 발간해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번에 900쪽짜리 두툼한 두께로 재출간했다.

아메리카 인디언이들은 자연과 공존하고 인간을 존중하는 태도의 삶을 살았다. ⓒEdward Curtis, 더숲 제공

책에 실린 연설문 속 인디언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멋지다. 먼저, 말 한마디 한마디 틀린 구석이 없다. 인디언의 모든 것을 빼앗으려는 ‘얼굴 흰 사람들’(백인)의 속내를 알면서도 때로는 그들을 엄히 꾸짖되, 때로는 그들을 포용하며 ‘맞는 말’만 골라 한다. 또 당당하고 기개가 있다. 자신에게 더럽다고 손가락질하는 백인에게 ‘내 몸에 손대지 마라’고 응수하고, 선심 쓰듯 땅을 헐값에 사겠다는 백인에게 ‘우리는 넓은 땅이 필요 없다’고 강단 있게 말하는 모습은 기개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그런데 한 가지 당신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당신들은 그저 땅을 파헤치고 건물을 세우고 나무들을 쓰러뜨린다. 그래서 행복한가? 연어 떼를 바라보며 다가올 겨울의 행복을 짐작하는 우리만큼 행복한가?’(65쪽)

‘신은 결코 생김새가 어떻게 다른지를 놓고 우리를 판단하지 않는다. 신은 이 대지 위에서 올바르게 살고 겸손하게 행동하는 모든 이들을 자신의 품 안에 받아들인다.’(78쪽)

또한 표현 하나하나가 감탄을 자아낸다. 1월을 ‘마음 깊은 곳에 머무는 달’, 4월은 ‘머리맡에 씨앗을 두고 자는 달’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연 그대로를 표현한 방식은 멋짐의 정점을 찍는다.

무엇보다 이들의 연설문이 감동적인 것은 자연과 인간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하는 일관된 태도다. 인디언들은 신이 식물과 동물, 인간을 창조했을 때 서로 잘났다고 싸우다 파괴될 것을 우려해 거미가 뽑아낸 가느다란 실로 세상 모든 존재를 이어 전체를 연결하는 하나의 그물망을 만들었다고 믿었다(인디언 오지브웨족 설화). 그 때문에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존재하는 것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렇기에 ‘나는 곧 너’이고 ‘너는 곧 나’라는 인식을 갖고 살았다. 이런 인식은 자연과 공존하고, 인간을 존중하는 삶의 태도를 만들었다.

인디언들은 총과 병균, 종교를 앞세운 백인에 의해 사라졌지만, 그들의 삶의 태도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그들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다는, 인간이 알아야 할 세상의 근본과 삶의 교훈을 일깨워준다. 지금 우리 모습은 어떠한가. 자연을 지배한 듯 착각에 빠져 으스대다가 정작 거대한 자연 앞에 무릎 꿇는 나약한 존재임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

인디언 부족인 나비호족의 노래에서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배워보자. ‘나는 땅끝까지 가 보았네, 물이 있는 곳 끝까지도 가 보았네, 나는 하늘 끝까지 가 보았네, 산 끝까지도 가 보았네, 나와 연결되지 않은 것은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