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만2991명… ‘20만 회복’ 코앞
- 亞필름마켓 역대 최대 미팅 건수

- 뉴커런츠상 ‘죄많은 소녀’ ‘폐색’
- 여성 강세·김지석 추모 특색 살려

- 보이콧 반쪽 해제로 갈등 여전
- 새로운 수장 영입도 과제로 남아

최근 몇 년 평탄치 못했던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올해도 우려 속에 막을 올렸지만, 회복과 성장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총 관객 수는 19만2991명으로 지난해 대비 17% 증가했고, 아시아필름마켓 역시 참가자가 지난해보다 14% 늘며 역대 최대 미팅 건수를 올렸다. ‘다이빙벨’ 사태 이후 정치적 외압에 시달린 BIFF에 현직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해 힘을 실었고, 일부 영화인 단체도 보이콧을 철회하고 부산을 찾았다.

지난 21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두레라움홀에서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결산기자회견을 마친 강수연 집행위원장(왼쪽에서 아홉 번째)과 프로그래머, 심사위원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BIFF 제공

하지만 2012년 이후 20만 명 이상 유지되던 관객 수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부산시와 서병수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영화인의 목소리도 여전히 강했다. 올해를 끝으로 사퇴하는 김동호 이사장·강수연 집행위원장을 이을 새로운 수장 영입도 과제로 남았다.

■뉴커런츠상 ‘죄 많은 소녀’ ‘폐색’

BIFF의 대표적이고 상징적인 경쟁 부문으로 아시아 신인 감독 작품을 선정해 주는 뉴커런츠상은 김의석 감독의 ‘죄 많은 소녀’와 이란 모흐센 가라에이 감독의 ‘폐색’에 돌아갔다.

심사위원단은 “뉴커런츠 경쟁작 모두 사법정의 시스템 부재로 인한 타락, 물질적 번영 속에서 병든 영혼과 같은 사회적 어려움과 절망에 대한 관심을 보여줬다”며 “선정작 두 편은 잘 짜인 각본과 생생한 디테일, 훌륭한 장인정신을 담았다”고 높게 평가했다.

고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를 기려 올해 신설한 지석상 수상작은 태국 아누차 분야와타나 감독의 ‘마릴라:이별의 꽃’, 일본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의 ‘금구모궐’이 선정됐다. “정교한 영화언어, 훌륭한 연기, 잘 짜여진 극본, 몰입감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심사평이 나왔다. 비프메세나상에는 박배일 감독의 ‘소성리’, 일본 하라 카즈오 감독의 ‘센난 석면 피해 배상소송’이, 선재상에는 곽은미 감독의 ‘대자보’, 인도네시아 시눙 위나요코 감독의 ‘마돈나’가 선정됐다. 올해의 배우상은 영화 ‘밤치기’의 박종환(남자배우상), ‘죄 많은 소녀’의 전여빈(여자배우상)이 받았다.

■여성 영화인 강세, 특별전 성공적

개·폐막작이 여성 감독의 작품으로 선정된 데 이어 ‘한국영화의 오늘’ 등에서도 여성 감독 작품이 약진했다. ‘올해의 배우상’ 심사위원 김호정 배우는 “한국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올해의 배우상의 후보작인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 11편, 뉴커런츠 3편 중 여배우가 이끌어가는 영화가 무려 8편이나 되었다”며 여성 영화인의 약진을 높게 평가했다.

‘여배우’ ‘여성영화인’으로 불리는 것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지난 13일 오픈토크에서 만난 일본의 나카야마 미호와 한국의 문소리 배우는 “여배우보다 배우로 불리고 싶다”고 했고, 폐막작 ‘상애상친’의 감독 실비아 창 또한 “여성 감독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이 이상하다”며 “그냥 감독, 배우로 불러달라”고 말했다.

특별전은 예년보다 더 큰 성공을 거뒀다. 신성일 회고전, 사하시네마, 스즈키 세이준 특별전이 기대 이상으로 높은 관객의 관심을 끌었다. 신성일 회고전 평균 관람율이 지난해보다 평균 20%가량 늘었는데, 그중 일부 작품은 90% 이상 좌석점유율을 보였다. 낯설 수 있는 사하시네마와 스즈키세이준 작품 역시 예년보다 50% 이상 높은 관람률을 기록했다.

올해 산업 트렌드를 반영한 VR 시네마 기획행사는 매일 1000명 가까운 관객이 찾으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BIFF 측은 “특별전에 많은 관객이 찾은 것은 특히 뜻깊다. 좋은 프로그램 준비는 물론 최신 산업 경향을 반영한 특별프로그램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갈등 해소와 ‘미래’, 과제로

2014년 ‘다이빙벨’ 사태 이후 수습을 위해 중책을 맡았던 김동호 이사장,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올해 영화제를 끝으로 사퇴한다. 21일 열린 폐막기자회견에서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해단식 이후 공식 일정은 모두 종료한다. 올 연말 있을 이사회에서 새로운 수장을 추대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과 강 위원장의 공식 임기 또한 연말 이사회를 거쳐 종료된다. 두 사람은 지난 8월 BIFF 사무국이 소통 문제를 제기하자 올해 영화제를 치르고 사퇴하겠다는뜻을 밝혔다. BIFF 측은 “절차에 따라 차기 집행위원장 영입을 진행한다. 프로그래머도 기존 7명에서 올해는 5명으로 줄어 보강이 필요하지만, 논의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다. 수석프로그래머를 위촉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별세한 고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가 생전 의욕적으로 추진한 ‘플랫폼부산’ 또한 21개국 148명 영화인이 참석해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강 집행위원장은 “방대한 아시아 영화독립영화인의 장을 꾸리는 것이 정말 힘들었지만, 올해 행사를 통해 나아갈 방향을 확인했다. 부족한 점도 있었지만 안정된 시작이라고 자부하며 BIFF가 세계에서 사랑받는 것에 대한 보답이자 책임이므로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와 영화인의 갈등 해소는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민병훈, 방은진 감독의 사과 퍼포먼스 등을 비롯해 토니 레인즈, 바흐만 고바디 감독 등 많은 영화인이 영화제 위축에 대한 부산시와 서병수 시장의 책임을 지적했다. 폐막식에서 ‘소성리’로 ‘비프 메세나상’을 받은 박배일 감독은 “영화인에게 상처를 준 서 시장은 사과하라”고 수상소감을 남겼다. 한국독립영화협회 역시 1인 릴레이 시위를 영화제 기간에 벌였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