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양각색 캐릭터 단편 10편에
- 비참하고 결함 가진 주인공들을
- 자극적인 상황에 내몰지 않고
- 내일의 희망 찾는 위로 건네

김가경(52) 소설가의 소설 속 주인공은 결함을 가졌거나, 남들이 보기에 비참하다. 그러나 그는 그들을 끝까지 몰아붙이지 않는다. 비참한 현실과 갑갑한 상황에도 주인공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도, 쉽게 좌절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무미건조하거나 엽기적인 현실, 그리고 사회와 인간의 민낯까지 까발리며 극단으로 몰아붙이는 매체에 지친 이들에게 조금의 안도와 위로를 건넨다. 포기하고 싶지만 쉽게 그럴 수 없어 다시 내일을 살아야 할 현대인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 아닐까.

첫 소설집 ‘몰리모를 부는 화요일’을 출간한 김가경 소설가가 “앞으로 소설을 어떻게 써야 할지 정리된 느낌이다”고 말했다.

김 소설가의 첫 소설집 ‘몰리모를 부는 화요일’(강)이 출간됐다. 그는 충북 진천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뒤 동아대 문예창작과 석사 과정을 밟으며 다소 늦게 문학의 길로 들어섰다. 2009년 부산일보, 201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했고, 2016년 부산소설문학상과 올해 요산창작지원금 수상자로 선정됐다.

등단 시기에 비해 첫 소설집은 다소 늦은 편이다. 시간이 걸린 만큼 그의 소설집은 다채로운 캐릭터가 뛰어놀며 흥미를 끄는 단편소설 10편으로 꽉 채워졌다. 김 소설가는 “글과 사람이 함께 성장하는 것 같다. 신춘문예 당선 이후 부산의 지면을 통해 글을 발표하며 조금씩 소설이 나아진다는 것을 느꼈고, 그렇게 세계를 확장하다 보니 이제야 책이 나왔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의 단편소설은 각양각색 캐릭터의 향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은 개 조련사와 아버지의 학대를 견디지 못해 개를 괴롭히는 아이(‘다이아몬드 브릿지’), 잃어버린 아버지와 방송국에서 어색하게 조우한 남자(‘라인 블록), 단역 배우와 직장을 잃은 아버지 사이에서 돈 버는 기계가 되어버린 여자(‘몰리모를 부는 화요일’), 다리가 불편한 여인숙 주인에게 팔려간 소매치기 여자(‘보리수 여인숙’), 삼류 마법사의 비둘기를 돌보는 난쟁이 여자(‘비둘기를 키우는 시간’), 중국 여행에서 진짜 술을 찾아 헤매는 지식인들(‘여가를 즐기는 방법’), 형을 잃은 세탁사와 부모에게 버림받은 조리사(‘첫눈’), 18년 만에 딸을 만나 복잡한 감정에 휩싸인 중년 남성(‘회생 수련기’) 등은 각자 사연도, 상황도 다르다. 여기에 독특한 동물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폭발하거나, 오히려 모진 상황을 인고하는 인물(‘배회의 기술’ ‘홍루’)들도 흥미로운 구석이 많다.

김 소설가는 “어릴 때부터 사람에게 관심이 많았다. 새로운 인물을 만나면 그가 어디서 왔는지, 그가 살던 세상은 어떤 곳이었을지 인물 너머의 세계에 호기심이 발동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 수 있었던 것도 다른 이가 ‘과하다’고 말할 정도로 사람에 관한 관심과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주인공을 마냥 내버려 두지도, 극단으로 몰아붙이지도 않는다. 이에 대해 그는 “자극적인 소설로 독자의 관심을 끌고자 하는 유혹을 느끼지만 이내 주인공의 입장으로 돌아가면 ‘그도 희망을 찾고 싶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한눈에 확 띄는 것도 좋지만 소설의 본류를 지키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김 소설가는 사람을 향한 샘솟는 호기심으로, 그 호기심으로 생생한 인물을 만드는 글을 쓰며 자신만의 문학 세계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첫 소설집을 내며 앞으로 어떻게 소설을 써야 할지 정리되어 긍정적인 기운으로 충만하다. 타협하지 않고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그의 말에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설렘을 느낀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