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전체가 상복을 입었다. 지난달 30일 불시에 들려온 배우 김주혁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에 영화계는 황망해 했고, 정신을 수습하고는 눈물을 흘렸다. 개봉을 앞둔 ‘침묵’ ‘부라더’ ‘미옥’ ‘꾼’ ‘반드시 잡는다’ 등은 모든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31일 오후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수많은 영화계와 연예계 지인들, 팬들이 찾아 슬픔을 나눴다. 2일 발인식에는 유족과 지인, 동료들이 배웅하며 그의 마지막 길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SNS에는 추모의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 불의의 사고로 숨진 배우 김주혁의 발인이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모두가 고인을 진심으로 추모하는 이유는 평소 친근하면서도 따뜻하게 사람들을 대했던 성품과 최근 들어 연기에 깊이감을 더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다는 점 때문이다.

김주혁과는 영화 ‘싱글즈’(2003) 촬영장을 취재하며 처음 만났는데, 쉬는 시간이면 동료 배우나 스태프들을 웃음 짓게 만드는 이야기를 건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인터뷰할 때는 가볍게 이야기하는 가운데 깊은 속내는 담는 화법이 매력적이었다.

최근 tvN ‘아르곤’에서 김주혁과 호흡을 맞춘 천우희 또한 “선배님은 현장 분위기를 항상 즐겁게 만드셨다.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했다”며 지금도 촬영장 분위기를 이끄는 그의 모습을 들려준 바 있다.

또 그와 함께 작업했던 많은 배우나 제작진은 “무심한 듯하지만 속정과 잔정이 깊은 분이었다. 툭툭 건네는 말 속에 따뜻함이 있었고, 남들이 불편해하는 것을 싫어해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편하게 해주곤 했다”며 그의 모습을 추억했다. 그를 더욱 대중적인 배우로 만들었던 KBS2 ‘1박2일’에 출연했을 때 낯선 예능 프로그램이고 동생들에게 구박을 당하면서도 웃는 모습을 보여 ‘구탱이형’이라는 애칭이 붙은 것도 그의 성품 때문일 것이다.

김주혁은 배우로서도 제2의 연기 인생을 맞고 있었다. 1998년 SBS 공채 8기로 데뷔해 드라마 ‘카이스트’ ‘프라하의 연인’ ‘무신’ ‘구암 허준’에 출연해 인기를 얻었고, 영화에서는 ‘광식이 동생 광태’ ‘아내가 결혼했다’ ‘방자전’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공조’ 등을 통해 짙은 발자취를 남겼다. 특히 ‘공조’로는 연기 인생 20년 만에 영화 시상식에서 처음 상(더 서울어워즈 조연상)을 받기도 했으며, 최근 들어 영화계에서는 ‘김주혁의 연기에 물이 올랐다’는 평이 퍼지면서 그를 주목했다.

지난 5월에 만났을 때 “요즘 집에만 있어 그게 고민이다. 금방 60을 넘을 것 같고, 인생을 즐길 것 같지 않다. 그런데 일할 때는 흥이 난다. 오직 연기가 재미있고, 정말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더욱 연기에 매진했고, 최근 ‘흥부’와 ‘독전’’의 촬영을 마쳐 조만간 개봉 예정이다.

이전과는 다른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도 기대를 많이 했던 두 작품은 이제 그의 유작이 됐다. “정말 잘 하고 싶다”던 그런 간절함 때문에 진정성이 더욱 마음에 와 닿던 그의 연기를 더 볼 수 없다는 것은 영화계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제 그는 모두의 추모 속에 하늘의 별이 됐다. 그가 편안히 영면에 들길 바라며, 유작들을 통해 다시 ‘배우 김주혁’을 만나길 기다린다. latehope@kookje.co.kr


※‘천상 배우’ 김주혁이 남긴 영화들

	홍반장 (2004)

	광식이 동생 광태 (2005)

	공조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