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총사’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
- ‘7월 혁명’으로 고용주가 왕 되자
- 민중권력 탄생과정 역사서 집필
- 로마 때부터 시민왕 필리프까지
- 2000년 프랑스 역사를 한눈에

프랑스사 산책은 두 가지 면에서 흥미로운 책이다. 이 책을 쓴 이는 ‘삼총사’ ‘몬테크리스토 백작’ ‘여왕 마고’ 등의 소설로 유명한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다. 그의 소설은 역사 배경이 뚜렷한 가운데 사건과 인물에 생생한 기운을 불어넣어 독자를 당시 상황으로 홀딱 빠지게 한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가 쓴 역사서는 딱딱한 역사책에서 벗어나 흥미진진한 역사 소설 한 편을 읽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프랑스 랑 대성당 전경. 랑 대성당은 1112년 주교의 만행에 반발한 민중에 의해 손상된 이후 복구됐으며, 이는 프랑스 최초 민중 혁명으로 불린다. 옥당 제공, CC BY-SA Pline(출처:위키피디아)

또 다른 점은 프랑스가 유럽을 좌지우지하는 강대국이 되기까지 과정을 한눈에 살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EU 공동체 아래 독일에 주도권을 상당히 넘겨줬지만, 프랑스는 영국과 함께 유럽의 전통 강자로 오래 군림했다. 저자는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갈리아(오늘의 프랑스 일대) 지역을 정복한 시기부터 시민왕 루이 필리프 1세 시대까지 2000년 프랑스 역사를 다루며 로마 제국의 식민지 갈리아에서 출발한 프랑스가 어떻게 자치국이 되었고, 유럽 강대국으로 거듭났는지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살핀다. 유럽 역사를 이해하려면 프랑스사 공부가 필수인 점을 고려했을 때, 이 책은 재미와 의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책이라 하겠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가 역사서를 쓴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작가의 개인사에서 찾을 수 있다. 뒤마는 프랑스 대혁명 당시 나폴레옹 밑에서 장군으로 활약한 아버지가 사망하자 독학으로 글쓰기를 배워 오를레앙의 공작 루이 필리프 가문에서 일했다. 그는 1829년 희곡 ‘앙리 3세와 그의 궁정’ 성공 이후 후속작이 연이어 인기를 얻으며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로 성장했다.

작가로 한창 창작열을 불태우던 1830년, 당시 왕권에 반발한 시민들이 주도한 ‘7월 혁명’으로 뒤마의 고용주였던 루이 필리프가 왕위에 오르자 그는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왕의 운명마저 좌우하는 민중 권력에 관심을 갖고, 프랑스 민족 형성과 민중 권력 탄생 과정을 짚어보는 역사서를 집필하기에 이르렀다.

책에는 게르만족의 일파였던 프랑크족이 갈리아 지역에서 최초의 왕국을 세운 것을 시작으로 메로빙거 왕조, 카롤링거 왕조, 카페 왕조에 이르기까지 프랑스가 국가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을 짚는다. 또 십자군 원정, 부빈 전투 등의 사건을 통해 프랑스가 서유럽의 강자로 거듭나기까지 과정도 풀어준다.

특히 뒤마는 2000년 역사에서 중요한 축이었던 민중의 역사를 포착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중세 프랑스의 주민자치제 ‘코뮌’ 수립에서 대혁명에 이르기까지 프랑스의 자유와 평등 정신을 지탱한 주축이 민중이었음을 드러내며, 그들이 역사의 주체임을 잊지 않았다. 이 점 역시 이 책이 단순한 역사서를 뛰어넘는 가치를 지녔음을 보여준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