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D출신 영화제작자인 저자
- 불멸의 고전부터 현대작품까지
- 자신이 직접 읽었던 책 중 60권
- 아들에 알려주는 형식으로 소개
- 간명하고 감성적 문법 매력적
- 고급 독자들 반길 정보도 담겨

이 매력적인 책의 크고 짙은 매력은 이것이다. 아빠가 먼저, 몸소 배우고 익히며, 배운 대로 실천하고, 그렇게 살아본 뒤 아들에게 비로소 권유한다는 점. 여기서 아빠가 먼저 배우고, 익히고, 실천하고, 살아본 대상은 바로 책이며 책 읽기이다. “이 책은 늦은 밤 커피숍에 앉아 아들은 공부를 하고 나는 옆에서 책을 읽다가 그 책에 대해 잠깐 들려주는 아주 작은 이야기에 불과하다. 아들이 몇 권의 책이라도 읽으면서 나를 추억해주면 좋겠다.”(서문 중)
‘나는 TV로 야구를 볼 테니 너는 책을 읽거라’도 아니고 ‘나는 비록 작심삼일의 피해자가 되어 음주와 흡연의 세계로 돌아가지만, 너는 게임 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도 아니다. 송골매가 새끼 키우듯, 아빠는 살면서 읽은 책 가운데 자신의 가슴을 무너뜨렸거나 머리를 가득 채워준 좋은 책을 소화하기 좋게 쪽쪽 찢어 아들에게 권한다.

책 제목이 아들아, 책 쫌 읽어라이다 보니, 어떤 독자는 ‘저 집 아들이 책을 안 읽는 편인가’하고 갸우뚱하거나 ‘좀 세게 권하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책 제목에 ‘쫌’을 넣은 건 제목이 훨씬 인상 깊고 입에 짝짝 달라붙게 하는 효과를 낼 뿐, 책의 구성이나 흐름과 별달리 관계는 없다.

60 꼭지로 이뤄진 ‘아들아, 책 쫌 읽어라’는 꼭지마다 책 한 권씩 소개한다. 저자가 갓 대학생이 된 아들에게 좋은 책과 재미있는 책을 알려주는 형식이어서 모든 꼭지가 “아들아”로 시작하는데, 실상은 어른부터 청소년에 이르는 폭넓은 독자에게 풍성하고 독특하며 수준 높은 문학 도서 목록을 선물하는 선물꾸러미다. ‘책 좀 읽는다’ 하는 고급 독자도 반길 만한 책 목록과 정보가 담겼고, 그런 정보를 감성적으로 전달하는 점이 매력이다.

저자는 영국 작가 하이디 스미스가 25세 때 펴내 100만 권 넘게 판 다문화 소설 ‘하얀 이빨’을 놓고 “이십 대의 작가가 쓴 책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야. 삶에 대한 성찰은 깊고, 깊은 성찰을 무겁게 말하지도 않아”라고 간명하게 아들에게 들려주는 말로 소개한다. 독일 작가 율리 체의 소설 ‘형사 실프와 평행우주의 인생들’에는 “이 책은 아빠의 베스트 목록 중 하나지. 책을 펼쳐 보면 밑줄이 너무 많이 쳐져 있어서 밀줄 없는 문장을 찾는 게 더 쉬울 지경이야”라는 찬사를 선사한다.

원고를 쓸 당시는 올해 노벨문학상을 가즈오 이시구로가 받기 전이었을 텐데, 가즈오 이시구로의 대표작 ’남아있는 나날’도 추천됐다. 저자는 “아주 사소한 이야기들을 풀어가는데도 책을 읽고 나면 이 책이 그렇게 좋아질 수가 없어”라며 ‘강추’했다. 불멸의 고전부터 속이 꽉 찬 현대 작품까지 60권을 저자는 권유한다.

저자 김청수는 부산 MBC의 PD로 출발해, 영화제작자로 활동했고, 부산국제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일했으며, 시나리오도 쓴다. 현재는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한 ‘비단구두 프로젝트’를 촬영 중이다. 저서 ‘굿나잇 미스터 무비’와 번역서 3권도 냈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