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포스터

19일 오후 1시 55분부터 EBS 일요시네마에서는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를 방영하고 있다.

1998년 개봉한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는 표면적으로 ‘국가의 적’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지만 ‘국가가 개인으로서의 시민의 적일 수도 있다’고 넌지시 말하는 듯 하다.

영화는 ‘사회적 정의’를 위해 일하는 한 명의 변호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만인에 대한 감시’를 가능케 할 국가적 장치에 반대하는 적대세력을 제거하는 거대한 국가기관 ‘국가안보국(NSA)’의 모습을 연이어 보여준다.

국가안보국이 노출하길 원치 않는 정보를 우연히 그리고 원치 않게 손에 넣은 변호사 로버트 딘은, 사회에 만연해 인지하지 못하지만 모든 시민을 감시하는 눈인 CCTV를 통해 발각되고 추적된다. 이후 자신의 직장에서 해고되고, 금융거래를 차단당한다. 말하자면 사회로부터 배제되는 것이다.

이 영화속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단 한 명의 시민에 불과한 딘이 거대한 국가가 독점해야 할 정보를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신만의 것이었던 불을 손에 넣은 프로메테우스가 처하는 고난과도 같다.

그럼에도 신적 국가는 프로메테우스인 다니엘을 지켜보고, 모든 주변으로부터 배제한다. 다니엘은 모르지만, 국가는 다니엘의 일거수일투족을 비롯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이는 마치 원형감옥, 판옵티콘(Panopticon)과 다르지 않다.

모두를 뜻하는 ‘pan’과 본다를 의미하는 opticon이 결합해 만들어진 이 단어는 영국의 철학자이자 법학자인 제레미 벤담에 의해 최초 고안됐다. 중앙의 원형 감옥공간 주변에 높은 감시탑을 세워, 수감자들은 감시자를 볼 수 없지만 감시자들은 수감자를 볼 수 있는, 그리고 모든 수감자들은 감시받고있다는 불안에 규율과 감시를 내면화해 스스로조차 감시하게 되는 공간이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사회 내지 국가의 모습은 마치 판옵티콘과 같다. 그 판옵티콘 속 프로메테우스는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그는 불을 인간에 손에 쥐어줄 수 있을까.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줄거리:

로버트 딘(윌 스미스)은 노동자의 권리를 수호하기 위해 마피아 보스와 맞붙는 것도 감수하는 정의로운 변호사다. 한편 미국 정부는 국가안보국의 감청과 도청을 합법화하는 법안의 승인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법안에 반대하던 공화당 의원 필(제이슨 로바즈)이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로버트의 동창이자 사진 작가인 대니얼(제이슨 리)은 촬영차 조류를 관찰하던 중 필의 피살 현장과 필을 살해한 레이놀즈(존 보이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게 된다. 국가안보국은 대니얼을 추적하고 대니얼은 도망치던 중 사망한다. 사망 직전 대니얼은 로버트와 우연히 만나 로버트의 가방에 문제의 디스크를 숨기고, 이 때문에 로버트는 이유도 모른채 국가안보국으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는다. 국가안보국은 로버트의 행동 반경을 좁히기 위해 상황을 조작해 그를 사기꾼에 바람둥이로 몰아간다. 가족과 회사로부터 버림받은 로버트는 누명을 벗기 위해 비밀 정보원이던 브릴(진 해크만)에게 도움을 청한다. 과거, 국가안보국에서 도청장치를 개발한 엔지니어였던 브릴은 일에 회의를 느끼고 은퇴해 홀로 지내고 있는 중이다. 로버트의 접근으로 함께 쫓기게 된 브릴은 어쩔 수 없이 로버트를 도와 국가안보국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려 한다. 갈 데 없이 구석에 몰린 로버트와 브릴은 기지를 발휘해 레이놀즈와 마피아를 싸움 붙여 위기에서 빠져나온다.

△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주제:

무려 20년 가까이 이전에 만들어진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는 일찌감치 국가의 감시와 통제가 개인의 신상에 어떤 위협이 되는지를 그리고 있다. 정부는 감청 및 도청이 국가 안보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이 심각한 인권 유린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영화의 초반부, 국가안보국은 로버트의 옷과 소지품에 몰래 도청장치를 심는다. 그로 인해 로버트의 사생활이 낱낱이 정부에 알려지고, FBI를 비롯해 정부를 위해 일하는 직원들은 로버트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농담을 주고 받는다. 로버트는 유리상자에 갇힌 실험쥐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 로버트가 마피아 보스를 협박하기 위해 만든 몰래카메라 비디오와 레이놀즈의 비디오가 결국 같은 용도로 쓰였다는 점을 떠올리면 한층 더 서늘하다.

△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감상 포인트:

액션과 드라마 사이를 긴박하게 오가는 토니 스콧의 장기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 영화의 중반부까지 로버트는 몰이당하는 쥐처럼 고난에 고난을 거듭하다 구세주처럼 등장한 브릴에 의해 구제되는데 그 때의 스릴감이 굉장하다. 많은 것이 베일에 싸인 인물인 브릴은 등장부터 퇴장까지 하나씩 비밀을 풀어놓으며 관객의 시선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는다. 18년이 흐른 지금에 봐도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현재는 침체기에 접어들었지만 정의감과 유머가 적절히 혼합된 전성기 윌 스미스의 고유한 캐릭터성도 돋보인다. 국가적 차원의 감시 및 통제에 관한 이슈는 현재에도 유의미한 주제다.

한편 영화 ‘에너미 오브스테이트’는 오늘(19일) 오후 1시 55분부터 EBS ‘일요시네마’를 통해 방영되고 있다.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