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기 다른 아픔가진 주인공
- 7개의 단편 통해 치유 그려내

아이의 삶이라고 고통이 없을까. 아이의 고통이라고 크기가 작을까. 단순한 가슴은 생각보다 섬세하게 상처 입는다.
다만 다행이라면 아이의 상처는 따뜻한 관찰과 진실한 위로, 그리고 재미나는 이야기로 조금 더 빨리 낫게 할 수 있다는 것 정도가 아닐는지. 아마도 이것이 세상에 동화작가가 필요한 이유이리라.

강경숙 동화작가가 창작동화집 ‘고라니 물도시락(가문비 어린이)’을 펴냈다. 2012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지 5년 만에 내놓은 첫 단독 동화집이다.

꽁트 느낌도 나는 7편의 단편에는 각기 다른 형태의 아픔을 안고 있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자신의 결핍으로 인한 슬픔이거나, 가족에 대한 연민이거나 또는 그냥 아이다운 심통이거나.

동화작가 강경숙(왼쪽)과 그의 첫 번째 단독 동화집 ‘고라니 물도시락’.

엄마가 없는 치영이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산다. 어느 날 알을 품던 꿩이 예초기에 날개가 잘리는 걸 본 치영이는 설움이 폭발해 “할아버지, 꿩 엄마랑 알 어떡해요” 하며 엉엉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꿩 엄마). ‘꿩 엄마’는 강 동화작가의 등단작이다. 게임중독인 ‘나’는 오늘도 엄마에게 엄청난 잔소리를 듣고 등산 가는 아빠를 따라나선다. 툴툴대며 걷다가 졸음이 몰려와 설풋 잠이 들었는데 그만 아빠를 놓치고 말았다. 아빠가 게임만 하는 날 버린 걸까. 울고 있는 내 옆에는 눈이 예쁜 고라니 한 마리가 올무에 묶여있다(고라니 물도시락).

손님이라곤 없는 편의점 안으로 노란 고양이 한 마리가 흰 발을 밀어 넣더니 쑥 들어온다. 주인인 부엉이 아저씨는 우유도 먹이고 소시지도 준다. 외로운 아저씨, 영양음료 사러 온 택시 기사, 동네 아이들이 고양이를 보고 웃는다. 편의점에 사람이 북적인다(부엉이와 나비).

치영이에게 엄마를 만들어 주는 것, 따끔하게 훈계해서 게임중독을 고치는 것, 부엉이 아저씨에게 손님 끄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어쩌면 어른들이 알고 있는 해결책이다. 하지만 상처는 다르게 나을 수도 있다고 작가는 말하는 듯하다.

고통의 원인에서 잠깐 눈을 돌릴 틈을 주고, 자연과 조우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세상으로 시야가 트이도록 해주는 건 어떨까. 그중 제일은 역시 동물 친구와의 교감이다. 나처럼 숨 쉬는, 나보다 약한, 나를 좋아하는 생명체를 돌보면서 그들을 걱정하느라 상처를 잊기도 하고, 공존의 의미를 깨닫기도 한다.

동물과 식물, 아이는 약하지만 빛나는 존재라는 점에서 닮았다고 생각한다는 강경희 작가는 “나무의 몸을 빌려서까지 낼 가치가 있는 책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일 속도도 더뎌서 어영부영하던 중에 지난달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며 “한 자 한 자 짚어가며 백 번이라도 되읽으실 단 하나의 독자를 잃었다… 동화집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낼 걸 그랬다”며 잠깐 목소리가 잠겼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