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전문가 200명 대상 설문
- 중요·시급·영향력서 모두 1위
- 토론회서 장기적 비전수립 논의

“부산의 문화 관련 전문가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서 물었습니다. 부산시가 앞으로 문화정책을 짤 때 고려해야 할 의제(아젠다)로 ▷가장 중요한 것 ▷가장 시급한 것 ▷가장 영향력이 큰 것을 꼽아달라고 했더니 ‘고령화’가 중요도·시급성·영향력 모두에서 1위를 했습니다. 이와 함께 문화 다양성 증가, 지역문화의 가치 증대, 인구 감소(지역 이탈)가 주요한 요소로 꼽혔습니다.”(부산발전연구원 오재환 연구위원의 발제 중)

지난 27일 부산시의회 중회의실에서 열린 ‘부산시 문화비전 아젠다 공유 토론회’ 모습. 전민철 기자

지난 27일 ‘부산시 문화비전 아젠다 공유 토론회’가 부산시의회 중회의실에서 열렸다. 부산시와 부산발전연구원이 주최하고 부산 지역 문화 관련 전문가와 박재민 부산시행정부시장 등 20여 명이 참석한 이 토론회는 중·장기 차원에서 부산 문화정책이 어디에 초점을 맞출지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자리였다.

부산시는 오는 2030년까지 적용할 장기적 문화비전과 전략을 현재 수립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기본 용역을 맡은 부발연은 올해 전문가와 예술가의 라운드 테이블을 8차례 열었고, 전문가 200명 설문조사, 이날의 토론회 등을 ‘준비 과정’으로 마련했다. 본격적인 비전 수립은 내년부터 들어갈 예정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고령화, 문화 다양성, 지역문화, 인구 감소 등이 부산 문화가 당면한 중요한 문화 환경이자 도전으로 제시된 것은 부산시 문화정책의 향방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이밖에도 장기적 문화비전 수립에 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차재근 한국문화의집협회 이사장은 ‘새 정부 문화정책의 방향성과 부산문화비전 수립을 위한 ‘비전 2030 문화시민도시 서울’ 과정 탐구’를 발제했다. 그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시카고시의 ‘시카고 문화플랜’(Culture Plan 2012)은 장기간에 걸쳐 4700명 이상의 시카고 시민이 ‘직접’ 참여했다.타운홀 미팅 8회, 지역별 대화 20회, 전문가 집중회의 10회, 글로벌 포럼 2회 등의 과정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시민이 낸 의견은 소외되지 않고 수렴됐다.” 문화 비전 수립은 ‘좋은 과정’ 자체가 목적의 일부여서 시민 의견 수렴의 절차와 민주적인 방식, 충분한 기간이 중요하다는 지적이었다.

토론회 참가자들도 이제 막 시작한 단계인 부산시의 장기적 문화비전 수립이 초기부터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며 다채로운 제안을 내놓았다.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 이승욱 대표와 가치예술협동조합 김정주 대표는 “대형 문화예술 시설이 확충됐고 커뮤니티 센터를 비롯한 지역의 문화기반시설이 늘어난 가시적 성과는 있다. 하지만 그런 시설이 제대로 된 계획·콘텐츠·소통구조를 갖추지 못한 채 적절하게 활용되고 있지 못한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김건우 부산청년문화위원장은 “피상적인 접근을 경계한다. 예컨대 부산시의 청년정책 또는 청년문화정책을 접할 때마다 불편함을 느낀다. 청년을 단순히 대상으로 수단으로 삼는 관점을 보기 때문이다. 일자리만 마련해주면 청년이 부산을 안 떠나니 일자리만 어떻게든 늘리면 된다는 접근으로는 현재의 문제를 풀기 어렵다. 경청하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설영성 금정문화재단 사무처장은 “부산 문화의 키워드로서 해양성을 포괄하는 개방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유종목 부산문화재단 대표는 이에 대해 “개방성을 상당히 중요한 의제로 꼽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수긍했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