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문화생활 4위로 꼽아
- 지리 접근성·난해함에 거리감
- 생동감·관객과 소통은 강점
- “창의적 연출방식 도입해야”

2030 세대가 연극을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연출과 표현의 한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화려한 콘텐츠와 영상 문화가 중심이 되며 입지가 좁아진 연극계가 눈여겨볼 만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영상 문화가 익숙한 2030에게 연극은 다소 낯선 장르가 되었다. 이들은 연극의 가장 큰 약점으로 ‘연출의 한계’를 꼽았다. 자료사진은 지난 5월 폐막한 ‘제35회 부산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은 극단 배우창고의 ‘나는 채플린이 아니다’ 한 장면. 부산연극협회 제공

희곡과 연극잡지 ‘파이플’은 최근 펴낸 창간호에서 20~30대 1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극의 강점과 약점’에 대한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평소 즐기는 문화생활, 연극에 대한 생각, 연극의 강점과 약점 등으로 질문이 구성됐고, 조사는 올해 상반기에 진행됐다.

2030이 가장 자주 즐기는 문화생활은 ‘영화관람’(94%)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중복 응답이 가능한 항목으로, 188개의 답변 중 월등히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이어 ‘독서’(46%)가 2위를, 뮤지컬이나 콘서트 등의 ‘공연 관람’(18%)이 3위에 올랐다. ‘연극 관람’은 17%로 항목 중 가장 낮은 순위인 네 번째에 그쳤다.

익숙한 문화생활인 영화에 비해 연극이 가진 약점을 묻는 질문에는 ‘연출(표현)의 한계’가 16%로 1위로 꼽혔다. 화면 구도, 편집, CG 등 연극이 구현할 수 없는 연출 요소를 약점으로 보는 의견이 많았다. 근소한 차이로 ‘낮은 접근성’(15%)이 2위, ‘비싼 가격’(14%)과 ‘부족한 홍보’(14%)가 공동 3위로 기록됐다. ‘낮은 대중성’(10%), ‘매번 다른 공연의 수준’(6%), ‘연극식 연기에 대한 부담’(5%), 기타의견(23%) 등이 뒤를 이었다.

젊은 세대가 연극을 낯설게 느낀다는 사실은 주관식 대답에도 드러난다. ‘혼자 관람하기 어색하다’ ‘영화 예고편과 같은 작품의 정보가 부족하고, 소극장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접근성도 떨어진다’ ‘연출자와 배우만 이해하고, 관객은 이해하지 못한다’ ‘난해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소 비싼 표값에 비해 서비스나 시설은 미흡하다’는 답변 등은 연극에 대한 젊은 세대의 심리적 거리감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와 차별화되는 연극의 강점으로는 ‘무대의 생동감’(50%)이 1위로 꼽혔다. 이어 ‘관객과의 소통’(27%), ‘뛰어난 몰입도’(5%) 등을 꼽아 연극의 ‘현장감’을 역시 가장 큰 매력으로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관식 답변으로는 ‘연극의 일회성이라는 특징이 특별하다’ ‘배우가 직접 전하는 에너지는 영화와 비교할 수 없다’ ‘관객이 능동적으로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강점’ 등이 나왔다. 파이플은 “약점에 비해 강점에 관한 상당히 명쾌했고, 생동감을 연극의 가장 큰 매력으로 손꼽았다”고 분석했다.

영화·연극평론가로 활동하는 김남석 교수(부경대 국어국문학)는 “약점으로 지목된 ‘연출의 한계’나 ‘낮은 접근성’ 등은 연극이 현재로서 극복하기 힘든 점이 있다. 하지만 강점으로 꼽힌 연극만의 ‘현장감’과 ‘생동감’을 최대한 부각한다면 젊은 관객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장의 연극인들은 연극의 강점을 살려내는 창의적인 연출방식을 도입하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짚었다.

파이플은 동아대 문예창작학과 졸업생 김정원 씨 등 20대 청년 3명이 주축이 되어 창간한 희곡과 연극잡지이다. 독립서점을 중심으로 유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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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