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전통예술을 대중예술 장르로 재탄생시킨 흥미로운 사례가 있다.

수영야류를 코믹 만화로 재탄생시킨 ‘수영야류 탈바꿈-별 탈 없이 산다(호밀밭)’의 한 페이지. 호밀밭 제공

‘수영야류 탈바꿈-별 탈 없이 산다(호밀밭)’는 부산 수영구에서 오랜 세월 전수돼온 수영야류(국가무형문화재 제43호)를 코믹 만화로 새롭게 탄생시킨 작품이다. 조선 시대 양반과 그들이 이끄는 사회를 통쾌하게 풍자하는 탈놀음 수영야류. 그 오락성과 해학성을 떠올릴 때 코믹 만화로 재해석했다는 것이 놀랍지 않다. 어쩌면 딱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다.

이 프로젝트는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이 벌이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인 수영성문화마을 사업의 하나다. 지난해 국내외 안무가, 음악가, 밴드와 함께 수영지신밟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벽사유희’를 제작한 데 이어, 올해는 수영야류를 만화로 꾸몄다.

또한 ‘수영강은 흐른다’ ‘수영을 걷다’에 이은 수영동 책자 시리즈 세 번째 책이자 마지막 책이기도 하다.

박진명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 문화사업팀장은 “수영야류는 부산의 대표적인 무형문화재이자 나라의 중요한 문화자산이지만, 적지 않은 무형문화재가 그랬듯 원형 보존을 위한 전수에 집중하다 보니 그 공감의 접점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해학과 풍자라고 하니 그런 줄 알지, 각 과장에서 인용된 어려운 고사나 예스러운 대사 때문에 설명을 듣지 않으면 내용조차 어려운 게 당연하다.

김유리 작가가 글을 쓰고 배민기 만화가가 그림을 그린 만화 ‘별 탈 없이 산다’는 2017년 현재 수영동에 여전히 말뚝이가 살고 있다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말뚝이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500년 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이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다. 수영야류에서 말뚝이의 상대역으로, 주요 등장인물인 ‘양반’은 이웃의 ‘꼰대’ 어르신이고 ‘영노’는 마지막 양반을 잡아먹지 못해 승천하지 못하는 이무기로, 아파트 경비원이다.

수영야류 보존회, 문화해설사, 주민이 함께 워크숍을 하면서 머리를 맞대 주요 인물 캐릭터의 특징을 도출했다. 여기에 위트 넘치는 작가들의 상상이 더해져 만화가 탄생했다.

만화책은 모두 2권으로 1권은 부산문화재단의 지역문화예술특성화 지원사업을 통해, 2권은 수영성문화마을사업과 수영동 마을기업 ‘푸조와 곰솔’의 협력으로 만들어졌다. 이후 만화뿐 아니라 웹툰, 캐릭터 기념품 제작 등 마을기업과 연계해 멀티콘텐츠로 만든다는 포부를 안고 있다.

오는 15일 오후 6시 부산 해운대구 부산콘텐츠코리아랩 4층에서는 ‘수영야류 탈바꿈-별 탈 없이 산다’ 출판기념 북콘서트가 열린다.국악그룹 ‘젊은풍류’의 축하 공연이 열리고 저자와의 대화도 마련된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