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출연제의 들어왔을 때
- 다시 코믹연기 부담에 살짝 고민
- 결혼 후 아이 셋 낳고 기르면서
- 생계형 연기자 위대함 깨달아
- 남자배우는 40대부터가 진짜

1990년 한 아역 배우가 나이답지 않은 똘망똘망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바로 KBS1 일일드라마 ‘서울 뚝배기’에서 바른 말 잘 하는 아이 장수곤 역을 맡은 양동근이 주인공이다.

	MBC 드라마 ‘보그맘’에서 천재 로봇 개발자 최고봉 역을 맡은 양동근. MBC 제공

8세였던 1987년 KBS 송년 특집극 ‘탑리’로 데뷔한 그는 ‘서울 뚝배기’로 두각을 나타냈으며, 이후 드라마 ‘학교’, ‘논스톱’, ‘뉴 논스톱’, ‘네 멋대로 해라’, 영화 ‘수취인불명’, ‘바람의 파이터’ 등을 거치며 강한 존재감을 뽐냈다. 래퍼로서도 인정받으며 열정을 펼쳤다. 그리고 2013년 결혼해 현재 세 자녀를 둔 가장이다.

최근에는 지난 1일 종영한 시트콤 성격이 강한 MBC 드라마 ‘보그맘’에서 AI 휴머노이드 아내 로봇 아내 보그맘을 만든 천재 로봇 개발자 최고봉 역을 맡아 ‘뉴 논스톱’ 이후 오랜만에 시트콤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올해로 30년차 배우가 된 양동근은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자리에서 ‘보그맘’과 결혼 이후 삶의 자세가 바뀌게 된 것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보그맘’ 출연 제의가 들어왔을 때 조금 고민을 했을 것 같다. ‘논스톱’의 ‘구리구리’ 양동근의 이미지를 떨치기 위해 꽤 노력한 것으로 아는데, 다시 코믹 연기를 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솔직히 ‘구리구리’ 캐릭터가 싫었다. 영화도 해야 하고 음악도 해야 하는데, 그 캐릭터가 굉장히 거슬렸다. 그래서 혼돈의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결혼 이후 웃길 수 있으면 웃기고, 정극이면 정극 연기도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하게 됐다. ‘보그맘’에서는 코믹 연기뿐만 아니라 감정 연기까지 폭넓은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

-최고봉은 천재 로봇 개발자이고, 이전 출연작인 MBC 드라마 ‘미씽나인’에서는 검사 역이었다. 최근 지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이전에 해보지 않은 캐릭터여서 신선했다. 시청자 분들이 괜찮다면 계속해서 지적인 역할을 해보겠다.

-‘보그맘’은 주부층에서 꽤 좋아했다. 세 아이의 가장으로서 로봇인 보그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시기는 언제인가?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면서 아내가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가사와 육아를 한다는 것은 위대한 일인 것 같다. 그래서 남편들이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생계형 배우가 됐다고 했다. 어떤 의미인가?

▶세 아이를 키우면서 생계형 배우의 위대함을 알았다. 어렸을 때 봤던 생계형 배우 선배들이 ‘생계를 꾸려나가면서 연기를 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너무 크고 귀하게 다가왔다. 그런 선배들이 가신 길을 알아가고 뒤따라가고 있다는 것이 배우로서 큰 의미가 됐다.

-데뷔한 지 30년이 됐다. 어떤 느낌인가?

▶남자 배우는 40세부터라는 말을 10대 때부터 들었다. 저는 워밍업을 30년간 한 셈이다. 요즘 배우라는 직업의 숭고함을 더 느끼는 것 같다. 배우의 길이 저에게 어떤 것을 보여줄지 기대하고 준비하면서 살고 있다. 배우로서의 시작은 지금부터다.

이원 기자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