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교류·공동작품 제작 협약
- 홍보 넘어 콘텐츠 잠재력 과시
- 거래망 형성 마켓역할 아쉬워

- 지역 웹툰작가 토크쇼·전시회
- 팬·예비작가 몰려 큰 호응

“웹툰 세계에 풍덩 빠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시민이 쉽게 접근하고 작가들이 적극적으로 주체가 된 이번 행사를 보면서 프랑스에도 이 행사를 롤모델로 한 웹툰 페스티벌을 만들고 싶습니다.” 프랑스 웹툰 플랫폼 업체인 ‘델리툰’의 디디에 보르그 대표는 제1회 부산 웹툰 페스티벌을 둘러본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17일 부산정보산업진흥원과 작가 교류 및 공동 작품 제작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지난 15~17일 부산 해운대구 부산글로벌웹툰센터에서 열린 제1회 부산웹툰페스티벌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물을 구경하고 있다. 곽재훈 전문기자

“부산에서 일어나는 웹툰 현상을 배우고 싶어서 왔습니다. 와서 보니 정말 훌륭한 기획인 것 같아요.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측에 저희도 작가를 보내 한국 웹툰을 배우게 하고 싶다고 제안했습니다.” 일본 ‘기타큐슈 만화박물관 ’ 타나카 토키히고 관장도 초청 작가로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 그는 만화 시장 규모가 한국의 10배인 일본에서도 “웹툰은 한국을 따라갈 수 없다”고 했다.

지난 15~17일 부산 해운대구 부산글로벌웹툰센터에서 열린‘ 제1회 부산 웹툰 페스티벌’은 부산 웹툰의 성과와 잠재력을 보여준 행사였다. 단순 홍보 차원을 넘어 문화산업적 성과의 물꼬를 텄다는 의미가 크다. 국내는 물론 프랑스, 영국, 베트남, 일본 등 해외 만화 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앞서 소개한 프랑스의 웹툰 플랫폼 업체 ‘델리툰’은 작가 라파엘 막스를 부산글로벌웹툰센터에 파견해 공동 제작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15일 제1회 부산웹툰페스티벌 행사의 하나로 ‘웹툰 작가와의 대화’가 열리고 있다.

디디에 대표는 “‘델리툰’에 오영석 작가의 ‘독고’ 등 부산 작가 3명의 작품이 연재되고 있는데 프랑스에서도 인기가 높다. 스토리가 탄탄하고 부산만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라며 “웹툰 공동 제작을 통해 양국 문화 교류도 함께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델리툰’은 유럽의 유일한 웹툰 플랫폼으로 2015년부터 한국 웹툰 위주로 서비스하고 있다.

페스티벌 행사 가운데 웹툰 작가들과 직접 소통한 ‘토크쇼’는 웹툰 팬과 예비 작가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김태헌 남정훈 오영석 백승훈 고진호 작가 등 부산지역에서 활동하는 웹툰 작가 13명에게서 웹툰 제작 과정부터 부산에서 작품 활동을 하면서 힘든 점, 웹툰작가로 데뷔하는 방법, 판권 잘 파는 비결, 에이전시와 수익 배분 등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웹툰 ‘I(아이)’로 널리 알려진 남정훈 작가는 “만화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데뷔의 길은 넓어졌지만, 계속해서 작품을 할 수 있는 작가는 많지 않다. 만화를 계속 그릴 것인지 생각하고 욕심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페스티벌에 참가한 시민이 포토존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부산의 웹툰 작가들이 직접 기획부터 프로그램 구성, 홍보까지 한 행사인 만큼 스토리가 있는 전시가 돋보였다. 전시관에서는 어렵게 탄생했지만,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작품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한 ‘좌절만화관’이 눈길을 끌었다. 지금은 유명 웹툰 작가로 떠오른 김태형 김태헌 김혜원 작가 등 7명의 인터뷰와 함께 이들의 미연재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번 페스티벌은 국제 행사로서 웹툰의 수출입 시장 환경을 조성하고, 거래망을 형성하는 전문마켓으로서 역할이 부족했던 것은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하지만 한국이 웹툰 종주국임을 알리는 국제 웹툰 행사로서 가능성은 충분했다.

배민기 부산경남만화가연대 대표는 “지난 8월 부산글로벌웹툰센터를 개관하고, 이번 웹툰 축제를 개최하는 등 짧은 기간에 부산 웹툰계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며 “웹툰은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문화의 많은 영역과 연계되며 창작과 산업, 양쪽에서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홍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