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황제들은 여성과 어떻게 지냈을까? 그리고 황후의 역할은 어느 정도였을까?”

중국 황제의 여인인 황후와 후궁 등 여성의 은밀한 내면과 황제의 여성 편력을 주제로 한 교양서적 ‘치마폭에 흐르는 중국역사 : 황제의 여인들’(짜오지엔민 著, 곽복선 譯, 마인드탭 刊)이 18일 출간됐다.

	치마폭에 흐르는 중국역사 표지. 마이드탭 제공

수천 년에 걸쳐 내려 온 중국역사의 격랑 속에서 남성이 대부분 주인공이었다. 물론 정권을 쥐락펴락하였던 여태후, 가남풍, 측천무후, 서태후 같은 여인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여성은 역사 속에서 조연(또는 화려한 조연)의 역할을 했다. 그러나 중국 역사의 중심에 여성이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어쩌면 남성은 그녀들의 보이지 않는 실에 연결된 꼭두각시일지 모른다.

황후는 여성에게 가장 존귀한 지위였다. 이 지위에 이르는 길은 두 갈래가 있었다. 하나는 황제의 아내 신분으로 직접 책봉을 받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간접적으로 책봉을 받는 것으로, 아들이 동궁(東宮)에 들어가는 방법이다. 황후가 되면 모든 것이 달라졌다.

중국의 역대 왕조에서 음양이 서로 어울린 조직을 전형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은 남자들의 세계인 조정(朝廷)에 상대되는 여인들의 세계인 내궁(內宮)이다. 황후는 내궁의 주인이며, 모든 여성들의 모범으로 천하의 어머니로서의 자격을 갖추었다.

내궁은 절대로 여성들이 숨죽여 사는, 죽은 물만 고여 있는 호수가 아니며, 기만과 기이함, 세파가 격렬하게 몰아치는 생명력 넘치는 무대이다. 여인마다 자신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자각하든 자각하지 못하든, 주동적이든 피동적이든 끊임없는 음모와 싸움, 전술과 책략이 난무하는 피비린내 나는 투쟁에 뛰어들어야 했으며, 이를 통해 그녀의 미래가 활짝 피어날 것이냐 쇠락할 것이냐를 결정했다.

여성의 세계는 남성 세계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녀들은 지위, 권력, 애정을 얻기 위해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해야 했다. 중국과 한국 두 나라의 왕조를 비교해 보면 내궁의 제도, 인사, 변화, 발생한 이야기들에 있어 사람의 이름, 땅 이름이 다른 외에는 전체적으로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일단 궁궐에 들어서면 천국처럼 보이는 지옥에 발을 들여 놓은 것과 같다. 그녀들은 황제의 뜻대로 움직이기는 했지만, 동시에 그와 은근하게 힘겨루기를 했다. 자신의 앞날을 위해 그녀들은 싸움을 해야만 했다. 황제는 단지 한 명에 불과하고, 황후 자리도 한 개에 불과하며 비빈의 자리도 몇 개에 불과한데 여인들의 수는 너무나 많았다. 이 때문에 권모술수를 부리고, 정적을 제거하면서, 내궁은 매번 여인들의 자리 쟁탈전이 벌어졌다. 얻은 자리를 지키기 위한 전쟁 역시 치열하게 벌어지면서 피가 난무했고, 처참한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황후는 어떻게 뽑힐까? 황제가 배우자를 선택할 때, 특히 황후를 간택할 때 관상이 중요한 기준의 하나였다. 황제는 나라의 주인이기 때문에 그의 운명은 바로 국운과 연계되며, 배우자의 타고난 복에 따라 또한 황제의 운명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매번 황제가 혼인을 하거나 황후를 책봉하기 전에 항상 엄격한 관상 심사를 한 것은 흥미롭다.

역자인 곽복선 경성대 중국학과 교수는 부산을 근거지로 한 중국지역학회 회장이다. 1960년 경기 파주에서 출생한 역자는 성균관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입사해 대만 상하이 베이징 청두 칭다오무역관에서 근무했다. 저자인 상하이대학 짜오지엔민 교수와는 오랜 친구 사이로 이번이 세 번째 번역 작업이다. 곽 교수는 “상하이에 근무할 때 그의 책을 읽고 그와 만난 지 어느새 20년 가까이 된다. 이번에도 그의 글을 번역하면서 그의 유려한 문장을 한국어로 다 풀어내지 못하는 점이 깊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1955년 중국 상하이에서 출생한 저자는 주로 중국 문화, 역사, 역사인물, 고대 정치사상을 연구해왔다. 저서로 ‘개원의 치세’ ‘빼어난 속물-죽림칠현(竹林七賢)’ 등이 있다. 최현진 기자 nam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