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인 수녀·최수열 지휘자 등
- 24명 특별 오디오 가이드 더해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의 기쁨을 한 컷에 집약한 ‘수병의 키스’(1945)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 가운데 하나다. 또한 전설적인 사진잡지 ‘라이프’가 900만 장의 아카이브 중 주저 없이 최고의 한 장으로 꼽는 사진이다. 이 사진을 부산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유명 사진작가 데이비드 더글라스 던컨이 1950년 6·25 전쟁 당시 북한 흥남부두에서 메레디스 빅토리아호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피란민들을 촬영한 사진. ⓒThe Picture Collection

부산 남구 부산문화회관은 디커뮤니케이션, 유니크피스와 공동으로 문화회관 내 전시실에서 오는 4월 8일까지 ‘빛나는 시작, 눈부신 기억-라이프 사진전’을 연다고 2일 밝혔다.

1956년, 1977년, 2013년에 이어 역사상 네 번째로 개최되는 ‘라이프 사진전’이 서울을 거쳐 부산에 온 것이다. 부산에서는 2014년 ‘라이프 사진전’이 한 번 열린 적이 있다. 김현석 전시감독은 “2014년 전시가 20세기의 굵직한 인물과 사건을 주로 소개했다면, 2018년 전시에는 20세기의 삶과 세상에 대한 소소한 즐거움이 담겼다”며 “총 130여 점의 사진 중 2014년과 중복되는 건 10% 정도”라고 말했다.

‘라이프’는 1936년 미국에서 헨리 루스가 창간한 사진잡지로 글이 아닌 사진을 중심언어로 사용하는 저널리즘을 표방하며 세상에 나왔다. ‘라이프’는 1950·6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500여 명에 이르는 사진작가가 활동했고, 발행 부수는 1350만 부, 독자는 4000만 명 이상에 이르렀다. TV의 등장으로 점차 쇠퇴해 1972년 12월 29일 최종호를 발간했다. 1978년 월간지로 복간됐지만 폐간과 복간을 거듭하다가 2007년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사진작가 유진 스미스가 1949년 촬영한 슈바이처 박사. ⓒThe Picture Collection

‘라이프’ 사진의 정수를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총 4가지 섹션으로 구성됐다. 20세기를 바라보는 20가지 이야기가 담겨있는 ‘This is LIFE’, 하나의 스타일이 되어버린 상징적인 인물과 사건을 나란히 배치한 ‘Icon’, 오로지 20세기에 탄생한 물건과 현상에 대한 오마주를 담은 ‘20th Century’, 라이프를 관통하는 주요한 시선을 보여주는 ‘Hope’이다. 1946년 집무실에서 포즈를 취한 김구 선생을 비롯해 20세기의 지성 아인슈타인, 노벨상을 거부한 장 폴 샤르트르, 시대의 아이콘 ‘비틀즈’, 쿠바 혁명을 달성한 직후의 체 게바라 등 역사 속 유명인들을 만날 수 있다. ‘흥남 철수’로 대표되는 한국전쟁을 비롯해 제2차 세계대전, 베트남 전쟁의 참상도 사진작가들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전문 성우가 아닌 사진과 연관된 전문가와 일반 시민이 참여한 ‘오디오 가이드’는 부산 전시만의 특징이다. 24명이 24장 속 인물과 사건을 특별한 사연으로 전한다. ‘마더 테레사’(1976) 설명은 이해인 수녀가 맡았다. 이해인 수녀는 “테레사 수녀를 1994년 12월 인도에서 만났다.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힘들긴, 하느님이 계신대’라고 말씀하셨다”는 소중한 만남을 들려준다. 레너드 번스타인(1962)은 최수열 부산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가 “위대한 지휘자, 헌신적인 교육자, 뛰어난 피아니스트였다. 그의 열정만큼 젊어 보인다”고 설명한다. 우리나라 토종 밀을 바탕으로 서양 밀의 수확량을 획기적으로 높여 전 세계 식량난을 해결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식물학자 노먼 볼로그 박사는 진주에서 토종 밀을 지키는 농부 백관실 씨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성인 1만3000원, 중·고생 1만1000원, 어린이 9000원, 48개월 미만 무료. 070-7542-8531 박정민 기자 link@kook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