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7’은 감동적인 다큐입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의 말이다.

	故 박종철 열사의 물고문 치사 사건을 은폐하는 경찰 박처장(김윤석 분)

지난해 오랜만에 10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택시운전사’(장훈 감독)에서 송강호가 보여줬던 영화의 코미디적인 요소도 거의 없다. 영화 ‘1987’은 고(故) 박종철, 이한열 열사의 실제 사건을 근거로 군부정권의 가혹한 고문, 사건 날조를 숨 가쁘게 표현할 뿐이다.

그렇다면 그 시대의 진실이 왜 이제 와서 대중들에게 소구될 수 있을까? 그것은 불편한 진실에 마주선 시대정신이 울분과 긴장 속에서 빼곡히 차 있다가 결국 흘러넘쳤기 때문이다.

	진실을 보도하려는 윤기자(이희준 분)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역사에 남아 있던 시대정신과 고발정신에 관객들이 강하게 감정이입이 됐다”며 영화의 흥행을 설명한다.

지난해 12월 27일 개봉한 영화 ‘1987’(장준환 감독)은 약 475만 명(영화진흥위원회 1월 11일 기준)의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0일 개봉해 약 1200만 명(영화진흥위원회 1월 11일 기준)이 본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김용화 감독)’의 뒤를 좇아 이번 주말에는 500만 관객 몰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987’과 ‘신과 함께’는 배우 하정우가 출연했다. 하지만 두 작품에서 배우들의 출연 분량은 사뭇 다르다. ‘1987’에서는 하정우 김윤석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설경구 강동원 여진구 김의성 조우진 고창석 오달수 문성근 등 명품 배우들이 망라됐다. 하지만 배우들은 영화를 위해 출연 분량에 연연하지 않았다. 이들은 ‘물고문 도중 질식사’ 사건을 은폐하는 경찰 간부, 이에 맞서는 담당 검사, 진실을 파헤치는 기자, 대학 신입생, 재야 운동권 인사, 의식 있는 교도관으로 열연할 뿐이다. 배우들이 영화 ‘1987’을 만드는 데 먼저 공감했기 때문이다.

	경찰과 청와대의 압력에 맞서다 사직서를 낸 최검사(하정우 분)

영화 ‘1987’은 진실의 힘을 보여준다. 그 진솔함과 뜨거움에 겨울 관객들이 극장을 찾고 있다. (영화스틸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정록 기자 ilro12@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