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물주, 임대계약 해지 통보
- 31일까지 상영 후 운영 종료

부산의 대표적인 예술영화 전용 극장인 ‘국도예술관’이 오는 31일 마지막 상영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국도예술관은 16일 네이버 카페를 통해 “2008년 남구 대연동으로 이전 재개관한 뒤 10년간 관객들과 만나왔는데 오는 31일에 마지막 인사를 드리게 됐다”고 공지했다.

	오는 31일로 문을 닫는 부산 남구 대연동 예술영화 전용관 국도예술관.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이 극장의 운영을 맡은 정진아 프로그래머는 “지난해 말 건물주로부터 더는 계약 연장을 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도예술관을 찾는 관객들에게 “영화진흥위원회가 예술영화 전용관의 존재 이유를 공공재로서 가치가 아닌 상업적 이윤에 두고 평가할 때 그에 맞서 싸울 수 있었던 것도, 건물주와 밀고 당기는 등 마음고생을 겪으면서 10년을 견딘 것도 관객 덕분이었다”고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했다.

국도예술관은 부산 영화의 ‘메카’인 중구 남포동에 자리했던 국도극장에서 출발했다. 2005년 개관해 2006년 예술영화 전용관으로 선정됐으며 2008년 남구 대연동 지금 공간에 자리 잡아 올해 10년째다. 이 극장은 143석 규모로 그해 한국에서 나온 독립영화의 90% 이상을 상영하며 독립영화의 산실 구실을 했다. 특히 전국 예술영화 전용관 중 가장 많은 GV(관객과의 대화)를 열었으며, ‘올빼미 상영회’ ‘다큐 싶다’ 등 다양한 관객 참여 활동으로 주목받았다. 극장은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해마다 5000만 원의 지원금을 받고 있지만, 멀티플렉스의 확장, 관객 수 감소 등으로 월세 및 운영비를 부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정 프로그래머는 “개봉한 한국 독립영화는 대부분 이곳에서 GV를 열었고, 한 달에 12~20편의 독립·예술 영화를 상영했다”며 “지난 10년간 어려움을 겪으면서 극장 운영에 피로감이 누적됐다. 우선 마무리하는 데 주력하고 극장 재운영 문제는 뒤에 고려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국도예술관 폐관 소식에 독립영화계는 물론 독립·예술·다양성 영화 애호가들의 아쉬움이 크다. 영화감독 박배일 씨는 “국도는 10년 전 영화감독을 시작하면서부터 항상 함께했던 ‘둥지’와 같다”며 “내가 제작한 다큐 ‘밀양아리랑(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투쟁기·2014)’ 상영 때는 주인공인 할머니들을 초대해 함께 보는 등 추억이 깃든 장소여서 아쉬움이 더 크다”고 말했다. 정홍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