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휘자 금난새·뉴월드 필하모닉
- 베토벤 연주로 관객과 첫만남

- 공간 가득 메운 음향 “기대 이상”
- 뒤에선 잘 안보이는 평지형 객석
- 공장 개조로 좁은 무대는 아쉬워

직선으로 솟은 철제 기둥이 여전히 공간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천장과 벽면을 넘나드는 파이프도 예전 공장으로 작동하던 이곳 역사를 말해준다. 어쩐지 차갑기만 한 구조물 사이로 설치된 조명시설과 음향 반사판이 무대와 객석을 한결 따뜻한 분위기로 바꿔냈다. 낯설고 이색적인 공간이지만 특유의 멋스러움은 이곳을 찾은 관객의 시선을 붙잡은 듯했다.

F1963에 새롭게 문을 연 석천홀에서 지휘자 금난새와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마치고 관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F1963 제공

같은 음악도 공간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법. 공연장 곳곳에서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던 사람들은 색다른 무대와 음악에도 이내 몰입했다. 고려제강 폐공장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난 ‘F1963’(부산 수영구 망미동)에서 새롭게 문을 연 공연장 석천홀 모습이다.

지난 20일 오후 5시 석천홀이 실질적으로 처음 완연하게 무대를 열고 손님을 맞았다. 지난달 30일 개관식과 함께 일부 손님만 초청해 치른 기념공연 이후 첫 공식 행사다. 이날 596석 객석은 빈틈없이 들어찼다. 지휘자 금난새와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영웅’을 연주하고, 첼리스트 이정란이 ‘차이코프스키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협연했다. 이번 공연은 지휘자 금난새와 뉴월드 필하모닉이 지난해부터 올해 연말까지 2년에 걸쳐 진행하는 ‘베토벤 심포니 사이클’ 가운데 하나로, 이들은 부산문화회관과 F1963 석천홀을 오가며 이 프로젝트를 완성할 예정이다. 오는 3월 3일 석천홀에서 다음 공연이 열린다.

이날 공연으로 접한 석천홀의 음향은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다”는 평가가 많다. 공간 벽면과 무대 뒤편에 설치한 음향 반사판은 마이크나 별도 전자음향시설 없이도 객석 뒤편까지 깊은 울림을 전달했다. 협연자 이정란 씨의 첼로 소리가 오케스트라와 어우러지며 풍부한 음색으로 뻗어 나왔고, 앙코르로 연주한 ‘바흐 첼로 모음곡’은 무반주임에도 공간을 가득 메웠다. 지휘를 맡은 금난새 씨도 “(소리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벽면의 페인트칠도 마르지 않았던 3주 전 개관 기념공연 때보다 음향이 훨씬 안정된 느낌이다. 작은 요소들이 안착하고 보완되면 연주에 알맞은 홀로 거듭날 것 같다”며 “접근하기 쉽지 않은 클래식 음악을 서점, 카페 등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에서 친숙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매력적이다”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아쉬운 점도 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이 평지형 객석이다. 공장을 개조한 터라 무대부터 객석까지 좁고 기다란 형태이지만, 경사가 없어 뒤쪽에 앉은 관객은 연주자들의 모습을 막힘없이 보기 힘들다. 실제 공연 도중 많은 관객이 객석 사이를 기웃거리며 무대를 봐야 했다. 좁은 무대도 한계가 있다. 이날 40여 명 오케스트라 단원이 오르자 무대는 이동이 힘들 정도로 꽉 찼다. 지난 개관공연 때 시도하려 했던 대규모 인원의 ‘합창 교향곡’ 연주가 불가능했던 이유다. F1963 측 관계자는 “전시할 땐 의자와 무대를 치워야 하므로 경사형 객석 확보 등이 어렵고 가변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시와 공연이 함께 이뤄지는 공간으로 기획했다. F1963의 문화 콘텐츠를 다양화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오는 27일부터 석천홀은 부산을 키워드로 하는 전시 ‘부산 리턴즈’를 진행한다.

공연에서 금난새 지휘자는 객석에 앉은 고려제강 홍영철 회장을 관객에 소개하며 박수를 청하기도 했다. 금 지휘자는 “폐공장을 철거하고 아파트를 짓는 대신 문화공간을 조성해줘 고맙다. 부산 시민이 더욱 편하게 예술을 즐기고 향유하는 문화가 풍성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김종열(47) 씨는 “주말에 가족과 F1963 내 서점과 카페를 들른 후 공연을 봤다. 과거 공장이던 곳이 문화공간으로 바뀌어 놀랍다. 다채로운 공연과 행사가 펼쳐지면 좋겠다”고 전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