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남해 출신인 남사 이준 화백의 100세를 기념하는 전시가 열린다. 국내에서 상수(上壽·100세를 뜻함) 기념 전시는 2012년 윤중식, 2016년 김병기 선생에 이어 세 번째다.

남사 이준 선생의 ‘축제’(1990). 선생의 100세 기념전이 다음 달 8일부터 경남 창원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린다. 경남도립미술관 제공

경남 창원 경남도립미술관은 다음 달 8일부터 5월 16일까지 1~3전시실 및 특별전시실에서 ‘빛의 향연-이준’ 상수 기념전을 연다.

경남 남해 출신으로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을 역임한 남사 이준 선생의 100세를 기념하고 지역 미술 1세대 작가로 그의 업적과 예술세계를 조망하는 전시다. 선생의 전 생애를 조망하는 회화 155점과 스케치 168점을 선보인다.

남사 이준 선생의 ‘굉음’(1978).

1919년 태어난 이준 작가는 1930년 말 일본 태평양미술학교에서 수학했다. 마산상고 교사로 부임해 1947년 제1회 미술전람회, 1949년 제1회 경남미술연구회 작품전, 1950년 혁토사(爀土社) 전에 출품하며 경남 미술 태동기를 함께했다. 그는 6·25 전쟁기 부산에 피란 온 김환기(1913~1974)와 기거하며 어려운 시기를 함께 보내는 등 피란 온 많은 예술인과 교류했다. 전쟁 이후 상경해 1950년대부터 30년간 이화여대 미대 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작가와 교육자 양 면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선구자로 평가된다.

이준은 구상회화에서 벗어나 1970년대 초부터 선과 면의 기하학적 패턴이 주요 구성요소인 기하추상을 그리기 시작했다. 구상에서 비구상, 추상화로의 점진적인 변화는 현대 작가의 필수적인 4대 요소, ‘상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재료의 개방성’ ‘감상의 자유’를 늘 염두에 둔 작가의 신념이 반영된 결과다.

이준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색 띠와 도형은 자연의 대상과 분리된 것이 아니다. 주로, 산 나무 해 달 등 작가 마음속에 내재된 자연에 대한 기억의 일부가 여과돼 재구성된 형태다. 예를 들어 1960·70년대 산업화 시기에 작가에게 다가온 낯선 공장 지대의 모습과 소음은 검은 바탕에 커다란 원이 화면을 가르는 ‘굉음’이란 작품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여행 중 곤돌라 위에서 풍선을 들고 놀던 아이들 모습은 타원형 검은 형상 위에 알록달록한 크고 작은 원이 있는 ‘축제’라는 이름의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경남도립미술관 김재환 학예사는 “사실주의적 구상회화에서 비구상의 기하학적 패턴과 색면으로 변화한 그의 작품 세계는 전쟁과 분단이라는 다사다난한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응축된 결과”라며 “이번 전시는 지역 출신 작가의 작품 세계를 집약해서 보여줌과 동시에 근현대사를 아프게 관통한 한국 화단의 큰 맥을 짚어볼 수 있는 기회다”고 강조했다. (055)254-4635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