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자 사연 가진 가족 고군분투기
- 블랙코미디로 유쾌하게 그려
- 아역스타 김수안 주연맡아 화제

- 독립·상업영화 넘나들며 작업
- 부산영상위 지원에 첫 장편 완성

- “일상 모습 통해 세대 갈등 그려
- 저예산영화는 ‘열정페이’ 작업
- 관객 지지 절대적으로 필요해”

‘부산 감독’ 김진태(34) 영화감독이, 부산영상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부산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을 주연으로 캐스팅하고, 부산에서만 100% 촬영한 장편영화 ‘운동회’가 관객을 찾아온다. 다음 달 22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할 ‘운동회’는 김 감독의 첫 장편 영화다.

	김진태 감독이 자신의 첫 장편영화 ‘운동회’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전민철 기자

‘운동회’는 세상에서 지는 게 제일 싫은 9살 소녀 승희와 직장에서 해고당한 아빠,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뺏긴 엄마, 어쩌다 아버지연합이라는 단체에서 활동 중인 할아버지, 의욕만 앞선 열정페이 삼촌까지 서로 비밀을 안고 전전긍긍 살아가는 가족의 고군분투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영화는 신문에 실린 사진 한 컷에서 시작됐다. 김 감독은 해직노동자, 어버이연합 회원, 대학생 등 다양한 이념을 가진 세대가 뒤섞인 시위현장 사진을 보고 영화를 기획했다. 김 감독은 “‘시위에 참석한 사람들이 한 가족이면 어떨까’하는 생각에서 영화가 출발했다. 한국 사회가 겪는 이념과 세대 갈등을 일상의 모습을 통해 슬프지만 재밌게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활동 중인 중견 부산 배우 양지웅 이정비가 주연을 맡았으며, 영화 ‘군함도’ ‘부산행’ 등에 출연한 아역 스타 김수안도 나온다. 부산영상위원회의 ‘시나리오 기획·개발 지원사업’과 ‘부산지역 영화제작 지원사업’에 선정돼 전체 분량을 부산에서 찍었다. 부산 신평공단, 온천천, 연일초등학교, 사하구 괴정동이 배경이다. 김수안이 출연해 화제가 됐다는 평가에 대해 김 감독은 “동료 감독이 만든 영화에서 스태프 일을 하면서 수안 양을 알게 됐고, ‘운동회’를 기획하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게 수안 양이다. 승희 역할을 아주 멋지게 소화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동의대 영화학과와 대학원을 나온 그는 ‘형과 나’(2007) ‘황혼의 질주(2009)’ ‘대회전’(2013) 등 단편영화 3편을 찍었다. 부산독립영화협회 회원으로 부산독립영화제에도 여러 차례 참가했다. 장편영화 ‘공조’(2016) ‘앨리스 : 원더랜드에서 온 소녀’(2015) ‘마이 리틀 히어로’(2012) ‘천국의 아이들’(2012) 등에서 조감독·연출부를 한 경험이 장편 데뷔작을 만드는 데 자양분이 됐다고 그는 말했다. 김 감독은 “다양한 장르 영화에서 연출부 일을 하면서 차근차근 영화판을 체험하고, 노하우와 인맥을 쌓을 수 있었다”고 했다.

	영화 ‘운동회’에 출연한 아역 스타 김수안. 김진태 감독 제공

김 감독은 ‘운동회’ 같은 저예산 독립영화 작업이 얼마나 힘든지도 털어놨다. 2014년 제작한 ‘운동회’는 1억 원 저예산으로 힘들게 찍었다. 영화 제작 뒤에는 편집 및 후반작업을 지원받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녀야 했고, 배급사를 찾느라 개봉까지 3년이 걸렸다. 그는 “영화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100명 정도 등장해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예산이 적어 액션 전문 배우를 쓸 수 없었다. 열정페이 수준의 예산 내에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정말 힘들다”며 “독립영화 활성화를 위해 제작 자본 유입, 배급 지원, 관객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기자기한 느낌의 영화 포스터와 달리, 영화 내용은 약간 무겁지만 유쾌한 ‘블랙코미디’ 장르다. 다양한 연령층이 즐기면서도 영화가 끝났을 때 무언가 가슴 속에 불편함이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산지역 영화팬들에게 독립·예술 영화와 같은 다양성 영화에 관심을 가져주길 당부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