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 중 동성친구 사랑하는 역할
- 외로운 주인공 모습 나와 닮아
- 관객들에게 쉽게 표현하려 고민
- 배종옥 선생님 배려로 편히 몰입
다양한 감성을 지닌 배우 이원근이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BIFF) 뉴커런츠 부문에 초청받아 KNN 관객상을 수상한 ‘환절기(개봉 22일)’로 찾아온다. 187cm의 큰 키에 순정 만화에 나올 법한 여린 모습의 이원근은 영화 ‘여교사’에 이어 드라마 ‘굿와이프’ ‘추리의 여왕’ ‘저글러스’ 등에 출연하며 차세대 배우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특히 ‘여교사’에서는 선생님과 학생의 사랑이라는 파격 소재의 주인공을 맡아 불안해 보이는 눈빛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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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환절기’에서 동성친구 수현을 사랑하는 용준 역을 맡은 이원근. 이용우 기자 |
‘환절기’에서도 그의 불안한 눈빛은 여전하다. ‘환절기’는 고등학교 때부터 사랑을 나누던 동성친구 용준(이원근)과 수현(지윤호)이 제대 후 여행에서 교통사고로 수현이 식물인간이 되고, 친구의 어머니 미경(배종옥)이 둘 사이의 관계를 눈치채면서 일어나는 갈등과 미묘한 심리변화를 정교하게 다룬 퀴어영화다. 이원근은 식물인간이 된 친구의 곁을 지키며, 친구의 어머니와의 갈등을 서서히 풀어가는 용준 역을 맡아 잔잔한 감성 연기를 펼친다.
영화에서와는 달리 평소에는 개구쟁이 같은 미소로 수다를 떠는 이원근을 만나 ‘환절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 이중적인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순수한 청년인 듯하다가 반항적이고 일탈적이기도 하다. 어떤 모습이 자신과 가까운가.
▶‘환절기’의 용준이 저의 성격과 닮은 것 같다. BIFF 무대인사할 때도 스스로 외로운 사람이라고 했다. 홀로 있는 공간,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꽃꽂이를 좋아하고, 조용하고 슬픈 노래를 듣는다. 반항적이었던 ‘여교사’의 재하와는 다르게 조금 지쳐 있는 그런 모습이 저와 조금 더 맞는 것 같다.
-‘환절기’는 퀴어 코드가 있고, ‘여교사’도 소재가 강했다. 색깔이 강한 영화를 선택하는 이유가 있는가?
▶‘환절기’와 ‘여교사’는 캐릭터가 지닌 힘이 있다. 그래서 망설임은 없었다. ‘환절기’의 용준은 아버지가 집을 나가고 어머니는 우울증으로 자살한 범상치 않은 인물로, 그냥 너무나 아프고 외로워 보이는 청년이다. 저런 인물이 있으면 보듬어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인 인물은 아니어서 어떻게 표현하면 관객들이 볼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래서 천천히 말하고, 감정 표현도 잔잔하다.
▶용준은 말을 느리게 하고, 슬픔을 느낄 때도 먹먹하게 보고만 있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눈동자의 미세한 떨림 하나하나를 이동은 감독님이 연출했다. 이 감독님이 가장 많이 하신 말이 “감정을 빼주세요”였다.
-친구의 어머니 역으로 배종옥 씨와 호흡을 맞췄다. 대선배와의 연기가 떨리지 않았나.
▶배종옥 선생님과는 2014년 드라마 ‘12년만의 재회: 달래 된, 장국’을 같이 한 적이 있다. 이후 2년 만에 다시 뵌 것인데, 과거보다 나아진 저를 보여드리고 싶어서 리딩 때부터 설렜다. 그런데 “어깨에 힘 빼고 멋지게 하려고 하지 말라”고 하셨다. 이후부터 편하게 연기했다.
-외모만 보면 로맨틱코미디 장르와 어울릴 법하다. 평소의 모습은 명랑하고 귀엽다.
▶개인적으로는 밝은 것도 좋아하지만, 메시지와 감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에 보람과 매력을 느낀다. 3월에 개봉한 ‘괴물들’에서도 학교 일진에게 괴롭힘을 당하지만 반전이 있는 평범치 않은 인물을 연기했다. 그런 인물을 연기하면서 발전하는 것 같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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