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중일기 목민심서 경국대전 등
- 역사연구가가 직접 선정한 명저
- 대중에 많이 알려진 고전 불구
- 참신한 관점·해석에 읽는 재미

“‘연려실기술’은 ‘조선왕조실록’의 이런 문제점들을 보완하기에 딱 좋은 책이다. 더구나 ‘조선왕조실록’은 국가가 수백 년에 걸쳐 만든 기록 중심의 보관용 책인데 반해 ‘연려실기술’은 개인이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사건마다 기승전결을 뚜렷하게 드러낸 독자 중심의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연려실기술’이 조선 역사서의 실질적 최고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필자 같은 역사 학도가 조선사를 파악하는 데도 이 책만큼 요긴한 책을 보지 못했다.”(127쪽)

	‘조선 명저 기행’이 소개하는 명저.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목민심서’ ’연려실기술’ ‘경국대전’ ‘난중일기’.

저명한 역사 저술가 박영규가 펴낸 조선 명저 기행 가운데 이긍익의 ‘연려실기술’에 관한 평가의 한 대목이다. 돌이켜보면, ‘연려실기술’에 관해 이렇게 구체적인 평가나 생생한 설명을 일반인에게 해준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많은 독자가 학창 시절 역사 시간에 “이긍익의 연려실기술”을 달달 외웠지만, 그 속살은 몰랐다. 배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연려실+기술’로 띄워 읽기를 해야할지 ‘연려+실기술’로 띄워 읽기를 해야 할지조차 막막하다.

저자 박영규는 독자의 이런 갈증을 풀어준다. ‘조선 명저 기행’이 조선의 명저로 소개하는 책을 열거하는 것이 독자들께는 정보가 될 만하다. ‘목민심서’ ‘경국대전’ ‘난중일기’ ‘연려실기술’ ‘발해고’ ‘징비록’ ‘동사강목’ ‘열하일기’ ‘하멜 표류기’ ‘최부의 표해록’ ‘성호사설’ ‘택리지’ ‘북학의’ ‘동의보감’ ‘침구경험방’ ‘동의수세보원’. 분야를 분류하자면 정치 명저, 역사 명저, 기행 명저, 실학 명저, 의학 명저 5개 부문이다.

대체로 ‘그 제목과 가치에 관해서 들어는 봤는데, 읽어본 책은 매우 적고 대체로 자세히 알지 못하는’ 책일 것이다. 바로 이런 책을 일러 ‘고전’이라 한다는 우스개도 있다. 이 책은 ‘박영규표 역사책’답게 간명하게 요점을 짚어내면서도 흥미롭게 술술 읽히는 게 특징이다. 저자 박영규는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한 권으로 읽는 고려왕조실록’ 등의 유명하고 많은 독자가 선택한 책을 펴내 역사를 ‘대중화’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역사를 연구하고, 독자에게 흥미롭게 전하고자 분투한 저자가 실제로 연구하고 활용한 명저를 가려 뽑은 만큼 관점과 서술이 미덥다. 예컨대 많은 사람이 ‘난중일기’에 관해 잘 안다고 생각한다. 읽어본 사람도 꽤 많다. 이 책에 실린 ‘난중일기’ 대목을 읽기 전에 독자는 “뭐 별다를 게 있을까”하고 생각할 듯하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저자는 ‘난중일기’에 관한 글에서 이순신과 원균의 대립 관계를 매우 선명하게, 구체적으로 잡아낸다. 이 참신한 해석 덕분에 ‘난중일기’에 관한 저자의 해설은 더욱 생기를 띤다. ‘경국대전’ ‘성호사설’ 등 많은 명저와 함께 재미있는 고전 여행을 떠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