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교회는 그리스·러시아 국교로
- 이땅엔 108년 전 선교역사 시작
- 성화까지 전통 비잔틴 양식 고수
- 토요일 오후부터 고기 등 금식
- 주일날 1회 2시간30분 미사
- 믿음생활 타종교 비해 까다로워

“정교회가 가톨릭, 개신교와 무엇이 다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정교회는 전통 신앙생활을 고수해 보수적이고 어찌 보면 고지식해 보이지만, 깊이가 있죠.”

부산 중구 부산성모희보성당 4층에서 정교회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알렉산드로스 한의종 신부.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그리스 정교회’ ‘러시아 정교회’는 국제 뉴스에서 종종 접하지만, ‘한국 정교회’는 금시초문이라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한국 정교회는 108년 전인 1900년 이 땅에 들어와 현재 10개의 성당과 2개의 수도원이 속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러일전쟁과 6·25 전쟁 등을 겪으며 정교회가 국교인 러시아와 우리나라가 적대 관계가 됐기에 선교가 원활하지 못했다. 부산에는 1986년 설립돼 30년이 넘은 정교회 성당이 있다. 중구청 근처 ‘한국정교회 부산성모희보성당’이다.

1993년부터 부산성모희보성당 신부로 있는 알렉산드로스 한의종(60) 신부를 만나 정교회의 신앙생활에 대해 들었다. 한 신부는 부산·울산지역의 유일한 정교회 신부다. ‘성모희보’란 아기 예수 잉태의 기쁜 소식을 가브리엘 대천사가 성모 마리아에게 알린 것을 뜻한다.

한 신부를 만난 장소는 성모희보성당 4층이었다. 미사가 집전되는 이곳은 벽과 천장이 비잔틴 양식 ‘성화’로 장식돼 장엄하고 신비로웠다. 2000년 성당 재건축 뒤 2001, 2002년 여름에 그리스에서 온 교수와 제자 10명이 한 달 꼬박 그렸다고 한다. 제단 앞에는 예수, 성모의 얼굴 그림이 액자처럼 놓였고, 벽에는 그리스도교를 처음 인정한 콘스탄티누스 황제, 그의 어머니 엘레니, 요한 복음사도, 루가 복음사도 등 성인이, 천장에는 예수의 일대기가 그려져 있다.

성모희보성당의 벽과 천장을 장식하고 있는 비잔틴 양식 성화. 김종진 기자

성화만 보아도 정교회의 특징을 알 수 있다. ‘천지창조’ ‘최후의 심판’ 같은 르네상스 시대 유명한 성화와 달리 화가의 예술적 상상력을 허용하지 않고, 전통적인 비잔틴 양식을 고수한다. 한 신부는 “정교회의 성화는 작가가 임의로 그릴 수 없다. 예수님, 성모님, 성인의 얼굴은 물론 손가락 하나도 정해놓은 방식이 있다”며 “ 전통과 역사는 보존해야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교회”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교회는 ‘전통’을 중시한다. 정교회(正敎會, Orthodox church)란 그리스 원어로 ‘ΟΡΘΟΔΟΞΗ ΕΚΚΛΗΣΙΑ(올토독시 에클리시아)’인데 ‘바른 교회’ ‘정통 교회’를 뜻한다.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이어지는 사도들의 바른 가르침과 전통을 보존하고 지키는 전통의 교회라는 의미다. 교회는 초기 1000년 동안 로마, 콘스탄티노플, 알렉산드리아, 안티오키아, 예루살렘 등 5개 관구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1054년 대분열로 로마를 중심으로 한 가톨릭교회와 콘스탄티노플 등 나머지 4개 관구를 중심으로 한 정교회로 나뉘었다.

부산에는 300여 명의 정교회 세례 신자가 있고, 절반 정도가 매주 미사에 나온다. 외국인 10여 명을 빼면 모두 한국인이다. 30년 부산 선교 역사를 고려하면 신자가 적다고 여길 수도 있다. 신앙생활이 엄격해 호기심으로 가볍게 접근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주일 미사는 성체성혈을 받아 모시는 중요한 날이기에 전날 오후부터 고기, 생선을 먹지 않는 ‘금식’을 합니다. 가톨릭과 달리 일요일에 딱 한 번 미사를 집전하는데 오전 9시 시작해 11시30분에 끝나 좀 길죠. 수·금요일과 사순절(부활절 전 40일)에도 예수님 고난을 생각하며 금식합니다. 믿음생활이 다른 종교에 비해 매우 까다로운 편입니다.”

이는 일상에서도 이어진다. 그리스도교가 중시하는 ‘사랑’을 일상에서 실천한다. “보수적인 것이 가부장제를 의미하진 않습니다. 말씀을 생활에서 실천하라는 의미죠. 저 또한 아이 셋 키우며 손수 챙기고, 밥하고 커피 끓이는 것도 직접 했습니다. 하느님이 남녀 차별하라고 언제 그랬나요. 정교회에선 거대한 사회적 선을 행하기 전에 가정에서, 이웃에서 사랑을 실천하라고 가르칩니다(정교회에는 기혼, 미혼 사제가 모두 있다).”

부산성모희보성당이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것도 사랑 실천이다.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자는 목적으로 어린이집 문을 열었다. 한 신부는 “앞으로도 떠들썩한 이벤트나 홍보 대신 저와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으로 선교하겠다”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