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을숙도문화회관·부산예총
- 19일 말러 음악세계 심포지움
- 부산로얄필하모니오케스트라
- 말러 교향곡 전곡 3년간 연주

“어쨌거나 인생은 계속되어야 하는 것이며, 내 아이 또한 언젠가는 병을 이겨낼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생겼다. 말러는 우리 인간의 오뚝이 같은 회복력과 무한한 자기갱생 능력을 북돋우는 음악을 쓴 것이다. ” (노먼 레버레히트 ‘왜 말러인가?’ 중)

	오는 5월부터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를 시작하는 부산로얄필하모니오케스트라. 국내에서 민간 오케스트라가 전곡에 도전하는 것은 처음이다. 을숙도문화회관 제공

말러 연구에 인생 전부를 바친 영국의 음악·문화평론가이자 소설가인 노먼 레브레히트는 천재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1860~1911) 일대기와 그의 교향곡 10편이 어떻게 세상을 바꿨는지, 저서 ‘왜 말러인가?’에서 세밀하게 설명한다. 누구보다 치열했던 말러의 삶은 인간관계 단절, 소외감, 우울증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특히 공감과 용기를 전해왔다.

	구스타프 말러

“말러 음악은 자기 발견과 자기 위안, 자기 갱신으로 이루어진 삼중의 감정 탐험길이다. 말러를 안다는 것은 곧 우리 자신에 대해 조금 더 잘 알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는 책 속의 말처럼 말러는 다른 천재 작곡가와 또 다른 특별함으로 연주자와 음악 애호가의 사랑을 받았고, 1960년대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의 전곡 녹음 이후 베토벤을 밀어내고 ‘말러 붐’을 일으켰다. ‘언젠가 나의 시대가 올 것이다’고 말했던 말러 자신의 예견이 실현된 셈이다.

다가온 봄, 부산도 ‘말러’로 물들 예정이다. 작은 하우스 토크 콘서트와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 대장정을 앞두고 그의 음악을 함께 공부하는 심포지엄이 잇따라 열린다.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 움(부산 동래구 명륜동)은 16일 오후 8시 하우스 콘서트 ‘남영희의 이야기 클래식-봄, 청춘의 말러’를 개최한다. 부산문화회관 등 국내외에서 900여 회 클래식 공연을 기획·연출한 남영희 씨가 말러의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와 ‘교향곡 제1번’을 중심으로 말러의 위상, 그의 삶, 말러의 팬을 일컫는 ‘말러리안’ 등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남 연출가는 “두 곡은 말러가 젊은 시절 작곡했다.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주제가 ‘교향곡 1번’에도 쓰이는 등 밀접한 연관이 있다. ‘봄’과 ‘청춘의 말러’가 자연스럽게 어울려 주제로 잡아 보았다”며 “내 삶을 돌아봐도 힘들고 괴로울 때마다 말러 음악이 힘이 되었다. ‘왜 말러인가?’라는 책에도 지칠 때면 말러 음악회를 찾아가 무대에서 먼 좌석에 홀로 앉아 감상해 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많은 분이 함께 말러를 들으며 힘을 얻어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을숙도문화회관과 부산예총은 오는 19일 오후 7시 을숙도문화회관(부산 사하구 하단동)에서 ‘나의 시대가 올 것이다, 구스타프 말러 심포지엄’을 연다. 기초지자체가 운영하는 공연장 을숙도문화회관이 기획하고 민간 오케스트라가 처음 도전하는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 대장정을 앞두고 열리는 자리다. 김원명 교수(경성대 음악학부)가 사회를 맡고, 양종모 교수(부산교대음악교육과)가 ‘말러의 인생과 음악세계’를, 박진홍 평론가가 ‘말러교향곡 전곡 연주에 대한 의미, 지역 예술계에 미치는 영향’을, 백진현 교수(동서대 지휘과)가 ‘말러 3개의 교향곡(1,4,5번)에 대한 분석과 해석’을 발제한다.

을숙도문화회관과 부산로얄필하모니오케스트라는 오는 5월 18일 ‘교향곡 1번’을 시작으로 3년에 걸쳐 10개 교향곡 전곡 연주에 도전한다. 송필석 을숙도문화회관 관장은 “을숙도문화회관의 의미 있는 기획을 넘어 부산 문화예술계 공연 역사를 새로 쓰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