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간 묘족 하니족 모남족 등
- 13개 민족 촌락 30여 곳 탐방
- 따뜻하고 인심 넉넉한 사람들
- 좌충우돌 취재 모험기 ‘눈길’

원로 김인환 시인이 쓴 중국 소수민족 취재 탐방기라는, 평범한 제목의 이 책은 실은 전혀 평범하지 않다. 다시 나오기 어려운 특별한 여행기라 할 수 있다. 그 ‘증거’를 저자가 쓴 머리말에서 우선 찾아보자. 김인환 시인은 이 탐방을 2010년에 시작했다.

	김인환 시인은 중국 소수민족의 삶에 깊숙이 파고들어 그들이 사는 모습을 취재했다. 사진은 중국 소수민족의 여성들. 오늘의문학사 제공

“(2010년 시작한) 소수민족 탐방은 5년여간 계속되었다. 소수민족 촌락에 들어가 짧게는 58일, 길게는 70일간을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정을 나누었다. (이와 같은 형태의) 소수민족 취재는 필자가 국내 최초로 해낸 일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소수민족 촌락에 직접 들어가 장기간 머물며 취재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성(省) 정부 문화국이나 여유국(관광국)의 소개를 받아 시(市) 정부에 연결이 되고, 다시 현(縣) 정부 그리고 향(鄕) 정부, 진(鎭) 정부까지 연결이 된 후에나 방문이 가능했다. 이를 위해 기꺼이 응해준(처음부터 용이했던 일은 아니다) 공무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저자는 그렇게 5년간 중국 소수민족 마을 30여 곳을 다녔다고 한다. 이번에 펴낸 ‘중국 소수민족 취재 탐방기’에는 13개 소수민족 마을 탐방기를 담았다. 그는 그렇게 만난 중국 소수민족을 따뜻한 사람들로 기억한다. 사랑 고백 같은 머리말이 이어진다. “취재 도중 강도를 만난 것이 3회, 교통사고로 사망 직전까지 갔던 일이 3회… 그러나 (가난한 소수민족이 많았지만) 인심은 넉넉했다. 내가 30대만 되었어도 나는 그들 소수민족 가운데 한 곳에 붙박아 남은 생을 시작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문득 하고 했다.”

책은 김삿갓 방랑기를 방불케 하는 좌충우돌 모험기로 가득하다. 소수민족 마을 취재를 허락하지 않는 장족자치구 고위공무원을 설득하기 위해 자기 시집에 실린 얼굴 사진을 활용해 곤경을 모면하고, 묘족을 취재하기 위해 들어선 유주(柳州)시에서는 뜻밖에 초라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옛 건물을 만나 숙연해진다. 소수민족 모남족을 만나기 위해서는 구이저우의 성도 구이양에서 10시간 넘게 버스틀 타고 들어간다. 포랑족이라는 소수민족을 만나러 가는 길은 더 멀고 험했다. 쿤밍에서 버스로 12시간을 가고, 다시 포랑산으로 가는 차로 갈아타야 하고, 이어 또다시 길고 긴 여정을 거쳐서야 마을에 들어서는 식이다.

책은 소박하고 한자 표기나 날짜·연도 표시 등이 들쭉날쭉한 단점도 있다. 하지만 귀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무엇보다 재미있다. 저자 김인환 시인은 1972년 부산의 시 전문지 ‘시인들’ 창간에 참여했고 1966년 첫 시집 ‘님의 마음에’를 비롯해 시집 6권을 냈다. KBS와 MBC 등 방송국에서 방송인으로도 일한 그는 15년 동안 중국 광둥성에서 살면서 ‘중한경제문화신문’을 내기도 했다. 이 책에는 묘족 동족 하니족 장족 라후족 와족 모남족 백족 이족 토가족 걸라오족 포의족 포랑족 등 13개 소수민족이 등장한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