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촬영만 4년, 순도 높은 영상미도

“내가 어디서 나왔는지,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 그것도 모르고 살다가 죽을 수는 없거든요.”

오는 19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불교영화 ‘무문관(無門關)’의 한 장면. TBC 제공

자물쇠 채운 선방에서 1000일 동안 정진하는 불교의 혹독한 수행법을 4년 동안 기록한 화제의 다큐멘터리가 관객을 만난다. 대구·경북 지역방송 TBC는 오는 19일 다큐멘터리 ‘무문관(無門關·감독 박대원)’이 부산 6개 관을 비롯해 전국 70개 이상 영화관에서 개봉한다고 13일 밝혔다. ‘무문관’은 2016년 TBC 창사 21주년 특집으로 방송된 다큐멘터리를 추가 촬영과 편집을 통해 극장용 장편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영화 ‘무문관’은 2013년 경주 감포 무일선원에서 시작된 11명 스님의 1000일 무문관 수행과 그 후 스님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촬영에만 4년이 걸렸고, 총 제작 기간은 무려 5년이 걸릴 정도로 공을 들였다. 무문관 수행은 자물쇠를 채운 선방에서 정진하는 불교의 독특한 수행법으로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눕지 않고 좌선하는 ‘장좌불와’(長坐不臥), 잠자지 않고 참선하는 ‘용맹정진’(勇猛精進)과 함께 불가에서 가장 어려운 수행법으로 꼽힌다.

무문관 수행 환경은 녹록하지 않다. 수행승이 서너 평 좁은 방에 들어가면 자물쇠를 채우고 모든 출입문을 폐쇄한다. 휴대전화, 텔레비전, 책도 허용하지 않는다. 세상 모든 시비가 끊어진 곳에서 스님들은 하루 한 끼, 공양구로 넣어주는 밥을 곡기 삼아 깨우침을 향한 일념에 매달린다. 폐쇄된 좁은 공간은 병마가 찾아들기 쉬운 환경이다. 무문관 수행승 중 두 명은 1000일 수행 뒤 병을 얻었다. 그럼에도 화두 하나만 들고 근원적인 문제를 풀어간다. 무엇이 이토록 가혹한 수행으로 이끄는 것일까. 한 수행승은 “내가 어디서 나왔는지,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 그것도 모르고 살다가 죽을 수는 없거든요. 결국은 그거죠. 알고 가고자 그렇게 힘들고 해도 그 길을 선택해서 하는 거”라고 말한다. 2016년 공개된 텔레비전용 다큐멘터리는 제50회 휴스턴 국제영화제 종교영화 부문 대상, 제24회 불교언론문화상 대상, 제43회 한국방송대상 지역 다큐TV 부문 작품상, 제20회 일경언론상 대상을 받았다.

영화로 새로 탄생한 ‘무문관’은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양산 통도사 극락암과 서운암에서 배우 전무송(무문혜개 스님 역) 씨가 출연하는 프롤로그를 추가했다. 소설 ‘만다라’의 김성동 작가도 참여해 구성을 다듬었다. 불교의 독특한 정중동 미학을 표현하기 위해 특수촬영을 도입해 순도 높은 질감의 영상이 완성됐다. ‘무문관’ 제작진은 “물질 위주의 경쟁사회에서 잃어버린 소중한 정신적 가치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며 3년 동안 고독 속에서 폐관수행하는 스님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화두가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무문관’ 시사회에는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성파 스님,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경선 스님, 문정수 전 부산시장 등 400여 명의 불자와 시민이 참석했다. 96분, 전체관람가. 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