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스키 와인 사케 셰리주 소주…
- 전세계의 술 1년간 맛 본 저자
- 술 역사 문화 에티켓까지 망라
- 음주 인문학서이자 술 백과사전

1년 동안 전 세계를 다니며 세상의 모든 술을 마셨다. 물론 그건 출판사의 과장 홍보다. 한국의 어느 종가에 전해지는 법주, 일본 시골마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수천 가지 정종을 1년 동안 다 마셔보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간 기능으로 봐도 불가능하다. 그래도 애주가의 대모험이 못 말리는 애주가가 쓴, 친절하고 재미있는 세계 술 백과사전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한국에서도 요즘 싱글 몰트 위스키가 ‘핫’하다. “제대로 된 싱글 몰트를 구비했다”고 입소문 난 부산의 위스키 바에도 애주가들이 몰린다지만 이들조차 “싱글 몰트가 대체 뭐냐”는 질문에는 우물우물하게 된다. 이런 순간에 어깨를 펴게 해주는 게 바로 이 책이다.

싱글 몰트 위스키는 몰팅(malting)한 보리만을 원료로 해서 단일 증류소에서 만든 위스키다. 그럼 몰팅은 뭘까. 곡물(보리)을 물에 불린 뒤 싹을 틔우는 작업이다. 이렇게 발아한 곡물을 가마에서 건조시키면, 곡물 속 전분은 발효성 당으로 변한다. 싱글 몰트와 함께 위스키의 기본인 블렌디드 위스키는 여러 증류소에서 생산한 원액을 섞어서 만든다. 세계 위스키 시장을 지배해 온 것은 블렌디드지만, 요즘 주목받는 건 싱글 몰트다. SNS의 영향이 크다. 위스키 마니아들이 SNS를 통해 지식을 나누고, 취향을 과시하는 과정에서 일반인들은 들어보지도 못한 싱글 몰트가 확 뜬 것이다. 저자는 위스키의 본고장인 스코틀랜드에서 시작해 미국, 캐나다, 일본을 다니며 위스키만을 탐구했다. 13주간의 위스키 여행이다.

그리고 그의 여정은 일본의 쇼츄와 사케, 프랑스 와인, 멕시코 테킬라, 스페인의 셰리주, 영국의 아이스 사이다, 스칸디나비아의 아쿠아비트 등 전 세계의 술을 맛보고 그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돌아보는 것으로 이어진다.

한국 술은 없나. 물론 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마시는 술, 그래서 단일 브랜드로는 세상에서 최고로 많이 팔린다는 기록을 보유한 소주다. 정작 한국인은 실망할 수도 있다. 안동소주 같은 품격 높은 민속주나 경주 교동법주 같은 종가의 술, 하다못해 마트에서 파는 막걸리도 맛있는데 풍미랄 것도 없고 알코올 냄새 가득한 소주를 우리의 대표 술로 소개했을까. 비용 대비 효율(얼마나 싸게 빨리 취하느냐)이 높아 한국인이 가장 많이 마시는 술이기 때문이다.

저자 제프 시올레티는 치킨에 맥주, 삼겹살에 소주, 치즈에 와인, 탕수육에 백주처럼 안주를 먹기 위해 곁들이거나, 그냥 취하려고 만만한 술을 진탕 마시는 음주 습관을 벗어나 보라고 권한다. 단 한 잔을 마시더라도 다양한 술이 지닌 고유의 맛과 풍미를 느끼고, 그 술이 빚어진 과정과 역사, 문화에 관심을 갖는 순간 당신은 새로운 미식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는 것이다. 증류나 숙성방식에 따른 맛의 차이, 나라별·마을별로 유명한 증류소, 어떤 술을 마실 때 필요한 에티켓까지 생각하며 넘기는 한모금은 그 전날 밤 마신 ‘알코올’과 다를 것이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