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에 살고 있는, 잊혀진 아이들.’ 에두아르 베이그베데르 유니세프 방글라데시 대표는 난민캠프에 사는 로힝야족 아이들을 이렇게 표현했다. 미얀마에서 시민권을 받지 못하고 방글라데시로 쫓겨왔지만 대부분 난민 지위조차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도, 식량도, 의료시설도 거의 없는 난민촌에서 아이들은 영양실조와 전염병이라는 또 다른 죽음의 위기를 맞고 있다.

	미얀마의 소수 민족 로힝야 난민들이 미얀마 정부의 박해를 피해 방글라데시로 가기 위해 국경을 넘고 있다. 국제신문 DB

호주 작가 자나 프라일론은 이런 로힝야족 아이들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책을 썼다. 주인공은 호주의 난민 수용소에서 나고 자란 열 살 소년 수피. 머지 않아 아빠가 구하러 오면, 수용소 밖으로 나갈 수 있으리라는 것이 수피의 유일한 희망이다.

어느 날, 바깥세상에 사는 여자아이 지미가 철조망의 허술한 틈새를 통해 수용소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첫 만남부터 동질감을 느낀 두 아이는 일상과 상처를 공유하면서 마음을 나눈다. 매일이 똑같은 흑백 사진 같았던 수피의 수용소 생활에 따뜻한 색채가 드리워진 것도 잠시, 난민촌의 폭압적인 대우에 분노한 어른들이 단식 투쟁에 돌입하고,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최악을 향해 치닫는다.

청소년 소설인데 어른이 읽어도 좋을 만큼 울림이 깊다. 끝나지 않는 내전의 비극이 현재와 과거, 일상과 전시를 오가며 펼쳐진다. 쓰레기 같은 음식을 먹을 때도 닭 요리라고 상상하고, 밤바다에 밀려오는 소라껍데기를 아빠가 보낸 선물이라며 소중히 여기는 수피의 모습은 가슴 한 구석을 아리게 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수피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