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를 향한 폭력과 열정’ 전시

프랑스 현대미술을 활발히 알려온 ‘갤러리604’가 이번에는 종이를 다양하게 해석한 프랑스와 벨기에 작가 5명을 소개한다.

	부산 중구 갤러리604의 ‘드로잉 : 종이를 향한 폭력과 열정’ 전에 작품을 출품한 프랑스·벨기에의 작가들과 아쉬 뒤 시에즈 디렉터(맨 오른쪽). 갤러리604 제공

벨기에와 가까운 프랑스 발랑시엔(Valenciennes) 지역에는 수준 높은 레지던시와 전시공간으로 이름 높은 문화기관 ‘아쉬 뒤 시에즈(L‘H du Siege)’가 있다. 갤러리604가 이곳에 입주한 프랑스·벨기에 작가 5명을 초청해 부산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드로잉 : 종이를 향한 폭력과 열정’ 전이라는 제목의 이 전시는 다음 달 30일까지 열린다. 프로젝트 B6(해운대 부민병원 1층 )에서는 7월 1일까지 이어진다.

5명의 공통점은 종이로 작업한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종이는 그저 작품을 표현하는 도구가 아니다. 종이가 가진 성질을 끊임없이 탐구한다. 종이는 부수적인 요소가 아니라 능동적인 존재다. 그 자체로 독립적이며, 그 자체로 주제다.

아리스티드 비앙키(Aristide Bianchi·41·벨기에)는 먹물, 연필, 물감 등으로 대형 종이 양면에 선과 획을 그린 뒤 나이프로 종이 앞면과 뒷면을 박피한다. 종이가 점점 얇아져 반투명해질 때까지 박피한다. 클로드 카틀랑(Claude Cattelain·46·벨기에)은 불을 이용한 ‘연소 드로잉’을 한다. 대형 종이 위에 나체로 누워 긴 성냥불을 들고 자기 신체 윤곽을 지면에 그린다. 날카롭게 탄 흔적, 그을린 자국이 종이에 남아 안정적인 형태가 될 때까지 며칠이나 지속해 중첩된 실루엣을 탄생시킨다. 유일한 여성 작가 도미니크 드 비어(Dominique De Beir·54·프랑스)는 종이를 뚫고, 치고, 할퀴고, 벗겨내고, 뒤집는다. 종이를 ‘파손’하기 위해 30개 도구를 직접 제작했다. 작가는 앞, 뒷면 색 대비를 통해 종이의 두께와 뒷면의 존재를 관객에게 보여준다.

프레데릭 메사저(Frederic Messager·48·프랑스)는 종이 위에 먹물이나 수채물감을 흘려 퍼뜨리고 선·색띠 등을 그린 뒤 그래픽 작업을 통해 대형 롤종이에 인쇄한다. 그 롤종이를 톱으로 자르고 구겨 끈이나 클립으로 고정한다. 작가는 찢어진 틈새와 그 내부를 드러내려 한다. 파트리스 펜틴(Patrice Pantin·55·프랑스)는 종이 위에 투명 테이프를 붙인 뒤 칼로 가늘게 절개하고 불로 태운다. 그 위에 백색이나 흑색, 적갈색 잉크를 흘려 종이에 색깔이 스며들게 한다.

한편 갤러리604와 아쉬 뒤 시에즈의 교류로 부산 설치작가 정혜련이 오는 9월부터 4개월간 아쉬 뒤 시에즈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051)245-5259

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