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달빛차 음악회·축제 진행
- 내달 문학잡지 ‘문학동행’ 창간
- 국제차문화 한마당 개최 꿈꿔

부산 기장군 철마면 도시철도 4호선 종점 안평역 가까이 자리한 ‘청량사’는 ‘문화사찰’이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다. 2006년 보혜 주지스님이 문을 연 이 사찰은 차(茶)와 문학을 매개로 불교신도, 시민과 소통한다. 불교계 화두로 떠오른 ‘문화 포교’를 선도하는 사찰이다.

청량선문화원 차인들이 올해 부처님오신날 청량사 마당에서 다도 시연을 하고 있다. 청량사 제공

청량사와 차(茶)는 떼려야 뗄 수 없다. 청량사가 문화사찰로 자리잡는 시작점에 차가 있다. 보혜 스님은 ‘문화 포교’ 전부터 차를 배우고 즐겼다. 신도들에게 간간히 다도를 가르치다 본격적으로 차로 대중과 소통한 건 2014년이었다. 스님이 부산차인연합회장에 취임한 그 해 ‘제1회 청량 차(茶) 문화 축제’를 열었다. 선차다례(禪茶茶禮) 시연과 함께 시낭송, 음악회, 시화전, 바자회를 곁들인 작고 의미 있는 축제였다.

부산 기장군의 ‘문화사찰’ 청량사 주지 보혜 스님. 김종진 기자

2015년 12월에는 ‘제1기 기장 차문화 대학’을 열었다. 일주일에 한 번 다도와 인문학 공부를 하는 강좌였다. 당시 수강생은 기장경찰서 직원들과 기장군민 40여 명. 기장경찰서 서장부터 직원이 단체로 차와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색적인 풍경이 벌어졌다. 제2기 차문화 대학의 주 수강생은 기장소방서 직원이었고, 현재 제3기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스님은 ‘사단법인 향기로운 문화동행’을 창립해 이사장에 취임하고 차를 비롯해 문학 강의를 정비했다. 향기로운 문화동행은 시낭송·문학창작, 선차발우명상, 6대 다류 시음회 지도자 과정 등 차·문학 관련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또 매년 달빛차 음악회, 백일장 및 시낭송대회, 차문화 축제 등을 연다. 장학 사업과 캄보디아 학교 건립·자전거 후원 사업도 펼친다.

차와 문학으로 사찰의 빗장을 푸니 불교신도가 아니라도 청량사를 편하게 드나드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다. 도시 속 농촌 풍경을 간직한 청량사에는 자전거 하이킹족이나 산책하는 이들이 불쑥 찾아 오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무료로 커피와 차를 대접하다 지난해 8월 마당 한 켠에 ‘카페 동행’과 북카페 ‘야단법석’을 차렸다.

보혜 스님은 “무료로 차를 대접하니 부담스러워 못 들어오겠다는 ‘원성’이 높아 카페를 만들었다. 음악인들이 예고 없이 즉석 연주를 펼치는 등 새로운 문화공간, 휴식공간으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전했다. 카페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은 청량사가 부담하고, 이곳에서 얻은 수입 전액은 지역 초중고생 장학기금으로 쓴다.

오는 6일 청량사는 문화 포교의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사단법인 향기로운 문화동행은 문학인들과 보혜 스님을 주축으로 하는 문학잡지 ‘문학동행’ 창간호 발간식과 함께 부산국제차문화교류회 발대식을 연다. 이날 보혜 스님의 두 번째 시집 ‘마음을 보았는가?’ 출판기념회도 열린다. 보혜 스님은 부산국제차문화교류회를 통해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에 한·중·일 차인이 참여하는 국제차문화 한마당을 열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보혜 스님은 “부산에서 차와 문학 하시는 분들을 모시고 국제적인 차 행사를 열고자 한다. 이미 중·일 차인들과 접촉하고 있다. 특히 행사 중 우리나라에 차를 처음 들고온 가야 허황후를 기리는 헌공다례(獻貢茶禮)를 하고 싶다”고 기대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